양측 사상자 200만명 육박 및 경제 피해액 1조달러 돌파, 21세기 최악의 소모전 기록
1000km 전선 고착화 속 러시아의 물량 공세, 우크라 AI 드론 비대칭 타격이 맞서는 양상 지속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및 유럽 내 여론 변화로 서방의 '우크라 피로감' 확산
북한군 파병으로 진영 간 대리전 격화, 생포된 북한군 포로 처리 문제는 한반도 안보 새 뇌관으로
완전한 종전 대신 1953년 한반도 모델을 차용한 '잠정적 휴전' 가능성
1000km 전선 고착화 속 러시아의 물량 공세, 우크라 AI 드론 비대칭 타격이 맞서는 양상 지속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및 유럽 내 여론 변화로 서방의 '우크라 피로감' 확산
북한군 파병으로 진영 간 대리전 격화, 생포된 북한군 포로 처리 문제는 한반도 안보 새 뇌관으로
완전한 종전 대신 1953년 한반도 모델을 차용한 '잠정적 휴전'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발발한 전쟁이 24일(현지시간)로 만 4년을 맞는다.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21세기 최악의 소모전으로 치닫으면서 양측 사상자는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경제적 피해액은 1조달러(약 1450조원)를 넘어섰다. 1000㎞에 달하는 전선은 뚜렷한 돌파구 없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서방의 우크라이나 피로감 확산과 북한군 파병이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겹쳤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이제 완전한 종전이 아닌 1953년 '한반도식 휴전' 시나리오로 쏠리고 있다.
사상자 200만·잿더미 된 유럽의 곡창
지난 2022년 2월 24일 새벽, 러시아의 기습적인 공습 사이렌으로 시작된 참극은 4년째 멈추지 않고 있다. 전황의 모호함 뒤에 가려진 인명 피해는 참혹한 수준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를 비롯한 주요 서방 싱크탱크와 정보기관들은 지난 4년간 누적된 양측 군인 사상자가 2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최근 조심스럽게 밝힌 자국군 전사자만 5만5000명을 넘어섰다. 유엔(UN)이 공식 파악한 민간인 사망자는 최소 1만5000명 이상이지만 마리우폴 등 러시아 점령지의 미확인 희생자를 포함하면 실제 수치는 이를 아득히 뛰어넘는다.
경제적 타격은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세계은행(WB)과 우크라이나 정부의 합동 조사에 따르면 파괴된 도로와 주택, 산업 인프라 복구에 필요한 비용은 이미 1조달러를 훌쩍 넘겼다. 특히 러시아가 노골화한 에너지 시설 타격 전략으로 우크라이나 전력망의 60% 이상이 파괴돼 수백만명의 국민이 혹독한 겨울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버텨내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발생한 1500만명의 국내외 난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최대의 인구 이동으로 기록됐다.
현재 동부와 남부를 가로지르는 약 1000㎞ 전선은 1차 세계대전을 연상케 하는 낡은 참호전과 인공지능(AI) 기반 자폭 드론이 결합된 기형적인 형태로 고착화됐다. 러시아는 압도적인 포탄 생산량과 병력을 이른바 '고기 분쇄기'처럼 갈아 넣는 물량 공세로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조금씩 전진을 시도하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지원한 정밀 타격 무기와 자체 개발한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본토 후방 병참선과 정유 시설을 교란하며 팽팽하고 위태로운 방어선을 유지하는 중이다.
짙어지는 피로감, 휴전이 답인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우크라이나가 마주한 가장 치명적인 위협은 전선의 포탄이 아닌 서방 진영의 '우크라이나 피로감(Ukraine Fatigue)'이다. '승리할 때까지 무한 지원하겠다'던 대서양 동맹의 결속력은 눈에 띄게 약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 우선주의 기조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무조건적인 무기 지원은 제동이 걸렸고, 우크라이나 지원 동력은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내부에서도 깊어지는 경제난과 우파 포퓰리즘의 득세로 "우크라이나가 영토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현실적인 타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여기에 포탄 지원을 넘어선 북한군의 실전 파병은 우크라이나 국지전을 글로벌 진영 간 대리전으로 확전시킨 치명적 뇌관이 됐다.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의 존재는 유럽을 넘어 한국 안보 지형까지 뒤흔들고 있다. 최근 전선에서 생포된 북한군 포로의 송환 문제는 남북러 간의 복잡한 외교적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향후 평화 협상 과정에서 인권 문제와 결부된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의 평화 시계는 '영토 회복'에서 '현실적 타협'으로 빠르게 기우는 분위기다. 이달 중순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미러우 3자 물밑 협상은 점령지 인정 여부를 둘러싼 이견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났다. 국제 외교가와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쟁 당사자 모두가 결정적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의 전선을 군사분계선으로 동결하는 1953년 '한반도식 잠정 휴전(Armistice)' 방식이 유일한 출구 전략으로 거론되고 있다.
마크 캔시언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미국과 우크라이나, 유럽은 평화를 위한 공통의 기반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러시아는 양보할 의사가 전혀 없다"며 "현재로선 양측 모두 전쟁을 지속하는 것이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어 소모전과 교착 상태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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