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방

'핵무기 족쇄' 풀린 미·러… 아시아 '무한 군비경쟁' 재점화 [이종윤의 밀리터리 월드]

이종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2 18:38

수정 2026.03.03 02:54

뉴스타트 협정 종료·INF 조약 파기 충격
한미일 통합 미사일 방어 체계 구축 시급
지난 1991년 7월 31일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전략 핵무기 감축을 위한 협정(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 START I)에 역사적인 서명을 하고 있다. 34년 7개월 뒤 지금, 세계는 다시 '통제 불능'의 핵 경쟁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 국립기록관리청(NARA)
지난 1991년 7월 31일 조지 H.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전략 핵무기 감축을 위한 협정(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 START I)에 역사적인 서명을 하고 있다. 34년 7개월 뒤 지금, 세계는 다시 '통제 불능'의 핵 경쟁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미국 국립기록관리청(NARA)
[파이낸셜뉴스]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 종료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로 미국과 러시아 핵무기 양대 강국의 사이의 핵 통제 장치가 사실상 사라졌다. 미국이 필리핀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고 일본이 탄도미사일 방어 체계를 강화하면서, 유럽발 군비 경쟁의 불꽃이 아시아 태평양 전역으로 옮겨붙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마지막 남은 핵군축 보루였던 뉴스타트 협정이 지난달 5일을 기점으로 공식 종료됐다. 지난 1991년 스타트1 체결 이후 약 35년 동안 양국의 핵탄두와 운반체를 제한해왔으나,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가 이행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협정 연장에 실패하며 핵무기 무한 경쟁의 시대가 다시 열렸다.

앞서 지난 2019년 INF 조약이 파기되면서 사거리 500~5500㎞의 지상 발사형 미사일 개발 금지 빗장은 풀린 상태다.

뉴스타트마저 사라진 현재, 미·러 양국은 더 이상 서로의 핵시설을 사찰하거나 수량을 제한할 명분이 없어졌으며, 이는 곧 '전술핵'에서 '전략핵'으로 이어지는 군비 증강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중동과 유럽발 긴장이 아시아로 불거지면서 아태 지역의 '미사일 대치'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미국은 지난해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중거리 미사일 시스템인 '타이폰'을 배치했다. 이는 INF 조약 파기 이후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처음으로 배치한 지상 발사형 중거리 미사일이다. 중국 본토와 대만 해협을 직접 사정권에 두는 이 조치로 미·중 간 군사적 긴장감도 더욱 고조되고 있다.

미국의 공격 자산 배치에 발맞춰 일본은 탄도미사일 방어(BMD)를 넘어, 올해부터 개량형 12식 지대함 미사일 등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하며 '반격 능력' 체계를 강화 를 본격화 하고있다. 특히 대만 인근 난세이 제도 등에 12식 미사일 부대 배치해 중국 포위망을 굳히고 있다. 이는 북한의 위협 대응을 넘어, 미·러·중의 미사일 경쟁 속에서 자국을 보호하려는 '아시아판 미사일 방어막'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같이 '규제 없는 시대'에 돌입한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 또한 유례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결국 뉴스타트 종료는 한반도 주변의 핵 불확실성을 극도로 높이는 변곡점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은 미국의 핵 운용 과정에 더 깊숙이 관여하는 '한미 핵기획그룹(NCG)'의 실질적 가동을 통해 확장억제의 신뢰도를 증명해야 할 때라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견해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최근 안보 정세 분석을 통해 "북·중·러의 미사일 위협이 다층화·고도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3국의 통합 미사일 방어(IAMD) 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며 "한국이 상호운용성을 확보해 거부적 억제력을 완성할 때, 비로소 주변국의 군사적 압박을 이겨내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핵군비경쟁 #뉴스타트만료 #미사일방어 #난세이제도 #거부적억제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