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걸프 동시 압박' 전략
미군 기지·에너지 인프라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유가·운임·보험료로 번지는 경로
사우디·UAE 등 걸프 국가들의 공동 대응 움직임
중동에서 전쟁이 나도 '새우등'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미군 기지·에너지 인프라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유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가 유가·운임·보험료로 번지는 경로
사우디·UAE 등 걸프 국가들의 공동 대응 움직임
중동에서 전쟁이 나도 '새우등'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파이낸셜뉴스] 이란의 메시지가 달라졌다. 미국을 향해 으름장을 놓는 수준이 아니라 걸프 국가들을 한꺼번에 전장 가장자리로 끌어내는 방식이다. 미군 기지가 있는 나라들, 에너지 시설이 모여 있는 나라들, 중립을 지키려던 나라들까지 동시에 흔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연방의회 연설에서 이란을 겨냥해 "그들은 합의를 원하지만 우리는 아직 '결코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는 그 비밀 단어를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선호는 외교로 푸는 것이다.
국제연합도 오판을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국제연합 사무총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회의에서 "인류는 단 한 번의 오해와 오판만으로도 핵 재앙에 직면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란은 중동 전체를 인질로 잡아 협상장 바깥의 압력을 키우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 과정에서 확전의 조건이 하나씩 맞춰질 가능성이 커진다. △전선의 다중화(걸프 동시 압박) △에너지 인프라의 무기화(호르무즈 레버) △지상군·강대국 개입 3가지 문턱 가운데 현재는 첫째와 둘째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셋째는 아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걸프까지 자극… 이란의 목표는
이란이 걸프 국가들을 동시에 건드리는 이유는 단순한 분풀이가 아니라는 분석이다. 걸프는 미국의 역내 안보망이 촘촘히 박혀 있는 공간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은 미군과 직간접으로 연결돼 있고, 항만·정유·가스 시설이 모여 있다. 이란이 이들을 동시에 흔들면 미국은 한 점이 아니라 여러 점을 지켜야 한다.
실제로 걸프 국가들은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을 "무차별적이고 무모한 공격"이라고 규정하며 공동 비판에 나섰다. 이런 공동 메시지는 역설적으로 이란이 노린 효과이기도 하다. 걸프가 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면 이 지역은 중립지대가 아닌 블록 대 블록의 프레임으로 재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불씨는 상징성이다. 사우디 리야드 주재 미국 대사관이 드론 공격을 받았고, 사우디 국방부는 "제한적인 화재"와 "경미한 피해"를 언급했다. 전선이 넓어진다는 건 이런 사건이 하나씩 쌓인다는 뜻이다.
여기서 확전의 첫번째 조건이 등장한다. 전선의 다중화다. 전선이 늘어날수록 오판 확률이 올라가고, 한 번의 오판이 연쇄 반응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진다. 구테흐스의 경고가 갑자기 현실감 있게 들리는 이유다.
호르무즈는 유가와 보험료 '치트키'
이란이 가장 자주 꺼내 드는 카드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총을 쏘지 않아도, "닫겠다"는 말만으로 배가 멈춘다. 배가 멈추면 보험료가 오르고, 보험료가 오르면 유가가 뛴다. 전쟁은 종종 폭격보다 서류(보험증권)에서 먼저 시작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문인 사르다르 에브라힘 자바리는 "호르무즈 해협은 폐쇄됐다. 통과하려는 어떤 선박도 공격해 불태우겠다"는 취지의 위협 발언을 내놨다. 그는 석유 파이프라인 공격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원유 수출 자체를 압박 카드로 올려놓았다.
이 구간이 확전의 두번째 조건이다. 에너지·물류 인프라가 전쟁의 무기가 되는 순간, 군사 충돌은 금융 충격으로 변환된다. 호르무즈는 그 변환기를 가장 빠르게 돌리는 스위치다.
시장도 그 신호를 놓치지 않는다. 에너지 업계 전문 매체들은 이란의 해협 폐쇄 주장과 선박 통항 리스크를 긴급 속보로 다뤘다. 실제 봉쇄가 아니더라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분위기 자체가 가격을 만든다.
세계대전이 되려면 넘어야 할 문턱
여기서 끝이 아니다. '3차 세계대전'이라는 표현을 쓰려면 전쟁의 성격이 제한전에서 구조전으로 넘어가야 한다. 그 분기점은 지상군이라는 지적이다. 대규모 지상군이 들어가면 병참, 동맹국 개입, 장기전이 자동으로 따라붙는다. 트럼프가 "외교를 선호한다"고 말한 대목은 적어도 지금은 그 문턱을 넘지 않았다는 신호로 읽힌다.
강대국의 본격 개입도 필수다. 러시아나 중국 같은 주요국이 직접적 군사 개입 또는 결정적 수준의 지원·차단에 나설 경우 전쟁은 지역전의 틀을 벗어난다. 이 단계에서부터는 전쟁이 아니라 국제질서 재편이 된다. 아직은 그 징후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다만 전선이 넓고, 표적이 많고, 드론과 미사일이 오가는 환경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 생기기 쉽다. 구테흐스가 말한 "오해와 오판"이 현실의 시나리오가 되는 구간이다.
한국은 언제나 새우등…리스크는 한번에 온다
한국에 이 사태가 무서운 이유는 청구서 때문이다. 중동산 원유 비중이 큰 구조에서 호르무즈 리스크는 곧바로 수입물가를 건드려서다.
환율도 무섭다. 지정학 리스크가 커질수록 달러 선호가 강해지고 원화는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또 선박 보험료와 운임이 오르면 제조업 원가와 수출 물류가 동시에 눌리는 것도 우리에겐 치명타가 된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한국은 "비용이 어디까지 번지느냐"를 걱정해야 한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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