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열린 'K패션 글로벌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추호정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의 말이다. 인디텍스는 LVMH 등과 함께 거론되는 글로벌 패션기업이다. 매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 자라는 1974년 스페인에서 출발해 일찌감치 해외로 문을 두드렸다. 지금은 스페인 패션 시장을 훌쩍 뛰어넘는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초대형 기업으로 성장했다.
삼성물산이 인디텍스의 길을 가지 못했다는 평가는 뼈아픈 지적이다.
글로벌로 눈을 돌린 인디텍스와 달리 삼성물산은 내수에 집중했다. 갤럭시, 빈폴 등 자사 브랜드가 국내에서 성과를 거뒀지만 글로벌 진출에는 적극적이지 못했다. 후발주자인 LF의 헤지스가 오히려 중국 등 글로벌을 적극 공략하는 것과도 대비되는 행보다.
매출도 글로벌 패션기업에 훨씬 못 미친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은 2조200억원으로 국내 패션기업 중 유일하게 4년째 매출 2조원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6년(1조8400억원)과 비교하면 10년 새 성장률은 10%에 못 미칠 만큼 성장세가 미미하다. 반면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나오는 인디텍스는 2023년 기준 매출 389억달러, 57조원 규모다.
디자이너 브랜드가 이 틈을 노리고 있다. K뷰티의 인기가 인디브랜드에서 출발한 것과 같은 흐름이 나타날 조짐이다.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은 중국 등 기존 시장에 집중한 결과 K뷰티 붐이 일어난 미국 진출에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10여년 전부터 미국 시장을 다진 라네즈가 거의 유일하게 성과를 내고 있다. K뷰티 인디브랜드처럼 디자이너 브랜드도 무신사, W컨셉 등 패션 플랫폼의 해외 진출과 맞물려 글로벌 시장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제2, 제3의 마뗑킴,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마르디 메크르디를 꿈꾸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 소규모 패션기업은 다품종 소량생산 제조환경을 요구하며 국회에 발의된 '패션산업진흥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인디브랜드가 K뷰티의 부흥을 이끈 것처럼 K패션도 디자이너 브랜드가 주인공이 되려면 제조 기반을 갖춰야 한다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동시에 대기업도 해외 진출의 적기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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