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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파업 안하면 ‘해고 1순위’ 삼겠다는 삼성전자 노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08 19:11

수정 2026.03.08 19:11

"총파업 불참직원 명단 별도 관리"
노동자 자유의사로 결정하게 해야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향후 파업에 불참하는 직원들을 해고 1순위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향후 파업에 불참하는 직원들을 해고 1순위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향후 파업에 불참하는 직원들을 우선 해고 대상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총파업이 확정될 경우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직원들의 명단을 별도 관리해 추후 노조와 협의가 필요한 강제 전배나 해고가 진행될 때 불참자들을 1순위로 올려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노조의 파업은 헌법과 법률이 보장한 정당한 권리다. 노동자는 단체행동으로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할 수 있으며, 파업 역시 이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파업에 참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 것 역시 노동자의 자유의사에 따라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노조가 파업을 독려할 수는 있어도 불참자를 낙인 찍거나 불이익을 암시하는 방식으로 압박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 노동권의 취지는 집단의 힘을 통해 권익을 보호하되 개인의 선택 역시 존중하는 데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것은 임금과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노사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사는 지난해 말부터 여러 차례 교섭을 이어왔지만 대표적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의 상한 폐지 여부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사측은 기존 상한을 유지한 채 산정방식을 일부 조정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노조는 실적에 비해 보상이 충분하지 않다며 제도개편을 요구하고 있다. 결국 협상이 결렬되면서 노조는 쟁의권 확보와 총파업 준비에 나섰다. 글로벌 기술경쟁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으로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다. 기업의 실적 자체는 반도체 업황 회복과 인공지능(AI) 수요 확대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확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에 안주할 상황은 아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 등 핵심 분야에서는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지고 있고, 기술 경쟁 역시 한층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한 가운데 중동 사태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 1월 임원들에게 "숫자가 좀 나아졌다고 자만할 때가 아니다.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 바 있다.

기술 경쟁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조 역시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과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업이다.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기업 경쟁력은 물론 경제 전반에도 작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기에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조직 내 갈등이 확대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자의 권익 보호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동료 노동자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
노조는 파업 불참자를 겨냥한 압박을 자제하고 노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