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오를 때마다 한숨이 먼저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장중 달러당 1500원을 넘어섰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숫자가 무너진 순간이다. 거창한 경제전망보다 '결국 내 지갑이 또 얇아지겠구나' 하는 걱정이 먼저 머리를 스친다.
고환율이 '굳어지기' 시작하면 충격은 금융시장을 넘어 실물경제로 번진다.
이처럼 고환율은 시간차를 두고 소비자물가를 밀어 올린다. 장바구니물가는 물론 전기·가스 요금, 각종 소비재 가격까지 생활 전반으로 번진다. 환율 상승이 곧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활비 압박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 흐름은 낯설지 않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원화 약세는 수입물가와 소비자물가를 동시에 자극했다. 가계와 기업의 부담은 커졌고, 금융당국은 금리인상 등 강도 높은 대응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상황도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글로벌 달러 강세에 국제유가 상승,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까지 겹치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런 외부요인이 장기화되면 원화 약세 압력 역시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고환율이 이어질수록 물가 상승 압력은 누적된다.
환율은 달러를 사려는 수요와 팔려는 공급이 맞물리며 시장에서 결정된다. 하지만 고환율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정책 몫이다. 정부와 외환당국은 지금 상황을 단순한 일시적 시장 변동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수입물가 관리와 물가 대응, 환율안정 메시지까지 종합적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환율이 계속 오를 경우를 대비해 미리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시장과 국민에게 "환율 리스크를 방치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내야 한다.
지금 환율 상승이 단기적 파동에 그칠지, 새로운 고환율 환경의 시작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환율을 시장에 맡길 수는 있어도, 고환율의 후폭풍까지 시장에 맡길 수는 없다. 그 충격은 결국 국민의 지갑에서 가장 먼저 체감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관망이 아니라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이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금융부 차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