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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판 나토의 서막… 美 중심 중동 안보질서 흔든다 [글로벌 리포트]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2 18:21

수정 2026.03.22 18:49

이스라엘, 카타르 공습… 전세계 '발칵'
사우디·파키스탄 'SMDA' 체결 계기
오일 머니와 이슬람 핵우산 만나'윈윈'
트럼프, 자국 이익·이스라엘 우선 경향
의구심 커진 중동국, 안보 자구책 절실
걸프6국·튀르키예·이집트 결속 움직임
지난해 9월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사우디와 파키스탄의 상호방위조약인 전략적상호방위협정(SMDA) 서명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 두번째)와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왼쪽),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왼쪽 두번째),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지난해 9월17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사우디와 파키스탄의 상호방위조약인 전략적상호방위협정(SMDA) 서명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오른쪽 두번째)와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왼쪽),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왼쪽 두번째), 아심 무니르 파키스탄 육군 참모총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뉴시스
이슬람판 나토의 서막… 美 중심 중동 안보질서 흔든다 [글로벌 리포트]


지난해 9월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부를 타격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이 카타르 수도 도하로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 이스라엘 전투기 10여대가 특정 국가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기 위해 홍해 상공을 비행한 후 미사일을 대기권 밖까지 올렸다가 떨어뜨리는 공격 방식으로 목표물을 때렸으며 카타르는 방어할 틈이 없었다. 이것은 걸프만의 아랍 국가에 대한 이스라엘의 첫 직접 공격이었다. 카타르는 미국의 주요 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맹국으로 미군 기지가 있음에도 공습을 당했다. 이것을 본 걸프국들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자 충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을 비롯한 중동 국가들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안보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 국가에 대한 공격을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자동 개입하는 '이슬람판 나토' 결성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은 도하 공습 8일후 전략적상호방위협정(SMDA)을 체결했다.

이번 중동 전쟁에서 이란이 주변 국가들의 민간 시설까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는 것을 계기로 걸프국가를 포함한 주변 국가들의 군사 동맹 체결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핵보유국 파키스탄과 상호방위협정

도하 공습 후 GCC 6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지난 2000년에 맺은 상호방위협정을 활성화시켜 나토 조약 제5조 같은 집단 방위를 가동하기로 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파키스탄은 SMDA를 체결하면서 "어느 한 나라에 대한 공격도 양국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이 같은 전략적 격상은 수십 년간 이어온 양국의 군사 협력을 공식적이고 법적인 '상호방위' 단계로 격상시킨 역사적 사건이었다.

지난해 9월 17일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SMDA를 공식 체결하면서 세계 안보 질서에 중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슬람 국가 중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파키스탄이 손을 잡은 것이다. 사우디는 파키스탄의 핵 우산을 제공받게 되고 이스라엘의 부상, 이란 및 후티 반군의 위협 속에서 더 확실한 안보 보장을 확보했으며 파키스탄은 지정학적 위상을 높이게 됐다.

파키스탄은 핵확산방지조약(NPT) 가입국이 아니면서도 핵을 보유한 국가 중 최초로 비핵국가 사우디아라비아와 상호방위 협정을 맺었다.

두 나라의 협정문에 '핵'이라는 단어가 직접 포함되지는 않았으나 카와자 무함마드 아시프 파키스탄 국방장관은 "우리가 가진 모든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사실상 사우디에 핵우산을 씌워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협정은 핵무기가 없는 사우디아라비아에게 강력한 안전 보장이 된다. 사우디가 직접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유혹을 뿌리치게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지역 내 핵 확산을 막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제적 측면에서 파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와 차관, 석유 대금 지불 유예 등 실질적 이득을 얻게됐다.

또 인도의 주요 에너지 공급원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를 파키스탄이 보장하게 됨으로써 인도의 대파키스탄 군사 행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게 됐다.

■튀르키예도 SMDA 합세 추진

SMDA에 나토 회원국인 튀르키예도 가세하는 '이슬람판 나토' 결성도 추진되고 있다.

지난 1월 3개국은 10개월간의 협상을 통해 초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동맹이 성사된다면 튀르키예의 강력한 재래식 군사력과 실전 경험, 급성장 중인 방산 기술까지 합쳐지는 강력한 안보 블록을 형성하게 된다. 튀르키예 또한 파키스탄의 핵우산 아래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이슬람판 나토 결성에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이익과 이스라엘을 우선시함에 따라 중동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보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점,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과 파키스탄이 각각 아프가니스탄과 인도와 국경에서 충돌하는 등등 지역 안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자구책 성격이 강하다.

튀르키예는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동시에 이슬람 국가들과의 독자적인 방위 조약을 추진함으로써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다각화된 외교가 가능해진다. 다만 나토내 2위 군사 대국인 튀르키예가 별도의 방위 조약에 가입하는 것은 서방 동맹국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SMDA는 서남아시아 안보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인도는 자국의 핵심 에너지 공급원인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키스탄과 군사적으로 결속됨에 따라 대(對)파키스탄 군사 행동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동시에 사우디는 파키스탄이 인도에 대해 도발을 하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파키스탄은 사우디의 투자를 통해 중국에 대한 경제·군사적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핵 보유국 파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안보 틀에 묶임으로써 과거처럼 핵 기술이 이란 등 위험 국가로 유출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SMDA, 미국에도 이익

중국은 SMDA를 서방 주도 질서에 대항하는 '중견국 연합'의 일부로 보고 지지하며 대안적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SMDA는 미국의 기존 중동 안보를 더욱 보완해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 소재 비영리 군사외교 연구소인 스팀슨센터는 미국이 SMDA를 환영해야 한다고 했다. SMDA로 걸프 지역의 기본 수호자 역할을 하며 막대한 자원과 병력을 투입해온 미국의 중동 안보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파키스탄의 적극적인 참여는 미국의 군 자산을 중동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사우디가 미국에 더 깊은 안보 보장을 요구하지 않고 대신 파키스탄과 결속함으로써 미국은 중동 내 분쟁에 휘말릴 위험을 줄여준다.

걸프 국가들이 미국 의존을 줄이면서 다른 지역으로 동맹 대상을 넓힐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를 생각할 수 있으나 전문가들은 쉽게 미국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며 이번 이란의 공격을 받은 계기로 군사 기술 등 미국에 대한 의존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미 미국 등 서방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어 중국의 군사 궤도에 편입될 가능성이 낮다. 결과적으로 SMDA는 미국의 라이벌 국가들이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저지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중동 국가내 마찰 해결해야

이란 전쟁 발생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관계는 최악의 상태였다.

지난해 12월 사우디는 UAE가 지원해온 예멘의 하드라무드주에 있는 분리주의 정치단체인 남부과도위원회(STC)의 군 시설을 공습했다.

또 사우디는 지난 1월에는 UAE가 지원해온 것으로 의심하고 있는 민병 조직인 신속지원군(RSF)과 싸우는 수단군에 15억달러 상당의 무기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UAE는 파키스탄의 앙숙인 인도와 포괄적인 협정을 체결하면서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과 원자력 부문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인 아랍걸프국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 후세인 이비시는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지정학과 안보, 경제 이익면에서 겹치는 것이 있으며 두나라 모두 이란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고 지역에 이슬람주의 정부를 반대하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며 관계가 앞으로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 외교 위원회의 걸프 전문가 신치아 비안코 같은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이슬람판 나토'보다는 6+2 모델, 즉 GCC 6개국에 튀르키예와 이집트도 포함시키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튀르키예는 지난 2017년부터 카타르에 군대를 주둔시키고 있으며 위기 시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신뢰할 만한 파트너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집트도 거대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다만 다른 걸프국들 사이에서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남아 있다.

반면 중동 안보에 대해 영국 런던의 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는 GCC 6개국이 외부가 아닌 스스로가 군사적으로 통합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GCC는 지난 1984년 '반도방위군(PSF)' 창설 이후 통합군대 조직을 논의했으나 국가 간 상호 불신과 과거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의 단교 등 외교 정책의 차이로 인해 실질적인 군의 통합은 지연돼 왔다. 채텀하우스도 걸프국들의 독자적 통합 움직임은 미국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미국의 기술 및 조직 역량과 걸프국의 자본 및 제조 능력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 파키스탄 중립 지속에 관심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가 파키스탄과 SMDA를 체결하기 전 당시 이란 안보 대표 알리 라리자니가 리야드에서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과 만나 상호 안보와 방위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사우디가 이란을 더 이상한 중대한 위협으로 인식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 발발후 지난 21일까지 사우디는 이란으로부터 미사일 공격 49회와 드론 공격 575회를 받으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사우디는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이란에 SMDA를 상기시켰다. 이미 사우디에 군 1500~2000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파키스탄은 군사 지원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키스탄이 현재로써는 이란 전쟁에 직접 참전하거나 핵무기를 사우디에 제공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구 중 약 4000만명이 이란을 지지하는 시아파 신자여서 이란과의 군사 충돌은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어 고민할 수 밖에 없다. 파키스탄은 과거 이란이 지원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 거점 공습에 가담하지 않았다.


앞으로 파키스탄이 이란에 대해 얼마나 오래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할지가 시험대를 맞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