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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0만 대졸 노인이 온다"...정년 연장이 유일한 답일까 [fn 인사이트]

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3.23 14:36

수정 2026.03.23 20:34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말하는 '똑똑한 노년층의 미래사회'
[파이낸셜뉴스] "현재 65세 이상 대학 졸업자는 100만 명 미만이다. 그러나 약 40년 후에는 65세 이상 대학 졸업자가 12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나 전체 인구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1200만 초고학력 노인 시대에 건강하고 똑똑한 노년층의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한 해법이 필요하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범준 기자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범준 기자

노동일 주필이 23일 만난 이철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과거의 고령층과 달리, 현재의 고령층은 건강하고 높은 학력과 풍부한 경험을 가진 새로운 노년층으로 재편되고 있다"라고 전한다. 그러나 거대한 인적 자본이 단순 노동 중심의 저임금 일자리로 밀려나거나 노동 시장 밖으로 사라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나이보다는 실제로 무엇을 할 수 있고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에 따라 처우를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개편해, 경직적인 현재의 노동 시장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철희 교수의 복안이다.

이번 대담은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fn 인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순한 정년연장은 해답 아냐...맞춤형 대책 만들어야"

이철희 교수는 고령층을 단순 노동이 아닌 고부가가치 분야로 전환시키는 것이 어려운 과제라고 털어놓는다. 노동 시장의 경직성 때문이다.

그는 "산업 및 기술 변화 속도가 빨라 본인의 능력과 실제 일자리 간의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하다"라며 "직무와 임금이 개인의 역량이나 기여도보다는 나이나 연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경향이 있어 고령층은 남아있는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한다.

정년 연장 논의도 중요하지만, 임금 체계 개편 없는 연장은 청년 일자리 진입을 막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게 이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정년 연장이 모든 고령자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며 실제 혜택을 받는 인구는 55세 이상 근로자 중 20% 미만으로 추정된다"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정년 연장은 직무나 숙련도를 따지지 않고 나이만으로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인구 변화로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사회복지, 운송, 소매업 등은 정년이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정년 연장으로 인한 노동 공급 증가는 정작 인력이 필요한 분야에 더 많은 인력을 공급하기 어렵게 만든다. 과거 정년 연장 사례는 주로 대기업에서 고령자 고용을 늘렸으나, 인구 변화로 인한 인력 부족은 중소기업에서 더 심각하다"라고 전했다.

이철희 교수는 기업별, 업종별, 연령별로 보다 세부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일률적인 정년 연장 정책은 실제 필요한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한계가 있다"라며 "일률적인 정책보다는 정년 연장 혜택을 받는 그룹과 받지 못하는 그룹을 구분하여 맞춤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노년층도 커리어 관리할 수 있는 나라 돼야"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오른쪽)과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파이낸셜뉴스 사옥에서 대담하고 있다. 박범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노동일 주필(오른쪽)과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가 파이낸셜뉴스 사옥에서 대담하고 있다. 박범준 기자

이 교수는 △평생 교육 강화 △노동 시장 유연화 △고령 친화적 일자리 전환이라는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했다.

가장 시급한 건 평생 교육 시스템 강화이다. 그는 "20세기 미국의 성공 요인으로 교육 시스템의 우수성, 다양성, 너그러움을 꼽을 수 있다"라며 "그러나 한국 교육 시스템은 다양성이 부족하고, 한 번 결정되면 벗어나기 어려운 경직된 구조로 인해 인생 설계 및 커리어 변경에 어려움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의 노동 시스템은 20~30대와 동일한 강도를 요구하거나 은퇴를 강요하는 이분법적 구조"라며 "돌봄 노동의 질 개선과 인력 처우 개선을 통해 고령자들이 사회 서비스 분야에서 일자리를 찾고 원하는 삶을 충족시킬 수 있는 사회 시스템으로 변화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마지막으로 "고령화와 인구 변화에 대한 공포감보다는 변화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미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라며 "국가 소멸과 같은 정해진 미래는 없으며, 현재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기회가 될 수도, 우리가 만들어가는 미래가 될 수도 있다"라고 당부했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전체 대담 내용은 파이낸셜뉴스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