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가 단단하지 않은 나무는 결코 오래 푸를 수 없다.
학습권을 보장하겠다는 명분으로 출발한 '최저학력제' 역시 현장에서는 전혀 다른 온도로 학생 선수들을 옥죄고 있다. 주중에는 쫓기듯 수업과 훈련을 병행하고, 주말에는 온 힘을 다해 주말리그 경기에 나선다. 학습권이라는 이름 아래, 정작 성장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휴식권'은 갈 곳을 잃어버렸다.
수업일수에 발목이 묶여 일주일에 한번 다 같이 모이기도 버거워진 대학 야구의 현실은 또 얼마나 씁쓸한가. 녹초가 된 아이들을 억지로 책상 앞에 앉혀 결국 교실을 수면실로 만들어버리는 것이 과연 우리가 바라던 진짜 교육인지 되돌아봐야 한다. 일반 학생들에게 "체력장 점수가 모자라니 수능을 볼 자격이 없다"는 잣대를 들이대지 않듯, 체육을 꿈꾸는 아이들에게만 획일화된 학업의 잣대를 강요하는 것은 가혹하다.
프로게이머가 외교관 역할을 해내는 초전문가 시대다. "운동선수가 공부 못하면 큰일난다"는 시선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들에게 정말 배움이 필요하다면, 억지춘향 격의 수업이 아닌 진로에 맞는 '체육 특성화 커리큘럼'을 함께 고민해 주어야 한다.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가야 한다고 강요하는 획일화된 시스템 속에서는 튼튼한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야구 인기가 절정인 지금이 기회다. 이제는 학생 선수들에게 자율성을 허락하고, 그라운드에서 흘린 땀방울이 온전히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교육제도의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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