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1인 영화제작'이라는 책이 나올 정도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영상기술은 영화감독이 되는 문턱을 낮추고 있다. 최근 잇따르는 AI 영화 제작·개봉 소식은 이러한 변화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님을 보여준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0월 '범죄도시' 강윤성 감독이 연출하고 변요한이 출연한 영화 '중간계'가 개봉하며 변화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작품은 실사 촬영에 AI 기술을 결합해 배경과 캐릭터, 일부 장면을 생성·보정하는 방식으로 제작됐다. 결과적으로 재미와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치며 2만8000명을 모으는 데 그쳤지만, AI 기술의 현 수준과 이를 둘러싼 업계의 관심도를 엿볼 수 있었다.
최근에는 '100% 생성형 AI 영화'가 등장하는 추세다. 기존 영화감독이 아닌 소설가나 웹툰 작가가 연출에 나서는 점도 특징이다. '한복 입은 남자'는 동명 소설 원작자인 이상훈 작가가 AI 기술자들과 협업해 완성한 사례다.
'아이엠 포포' 역시 기획부터 캐릭터 구현, 장면 구성까지 전 과정을 생성형 AI로 구축했다. 웹툰 '까뱅'(2007년), 단편영화 '그녀는 과연 누가 죽였을까?'(2019년)를 작업한 김일동 감독이 연출했다. 두 작품 모두 5월 개봉을 예고했다.
교육 현장도 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화아카데미는 최근 기획부터 후반작업까지 제작 전반에 걸친 생성형 AI 활용 확산에 대응해 '창작교육을 위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첨단영화제작교육도 진행 중이다. 지난해 완성된 AI 활용 단편 5편 가운데 '시구문'은 지난해 제1회 서울 국제AI 필름 페스타에서 필름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국내외 AI영화제 출품을 목표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
산업계의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CJ ENM은 지난해 AI 전문 스튜디오 전환을 선언하며, 토론토영화제에 초청된 AI 애니메이션 '캣 비기'를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이달 말에는 AI 활용 공포영화 '아파트' 시사회를 앞두고 있다.
AI 기술은 영화 제작방식과 산업구조를 크게 바꿀 가능성이 크다. 제작효율을 높이고 창작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AI 단편영화 '검침원'에 배우 염혜란의 초상권이 무단으로 도용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할리우드처럼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이를 산업에 어떻게 편입해 균형 있게 활용할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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