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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처법 양형기준 만드는데… 양형위, 벌금형은 논의 안해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18 18:19

수정 2026.05.18 18:19

징역형 중심 기준안 심의 '우려'
벌금 규모 재판부마다 편차 상당
경영·노동계 양쪽 다 필요성 제기
"법적 책임의 정도, 예측 가능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대법원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양형기준 신설 논의에 착수했지만, 법인에 대한 벌금형 기준은 제외하면서 양형 사각지대가 남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법인 벌금형 역시 재판부마다 편차가 큰 만큼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11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안을 심의했다. 중대재해를 반복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 대해서는 권고 형량의 상·하한을 최대 1.5배까지 가중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설정 범위와 유형 분류 같은 '징역형 중심의 기준안'만 테이블에 올랐을 뿐, 정작 기업 법인에 부과되는 '벌금형 관련 기준'은 제외됐다.

구체적인 형량 범위와 양형 인자 등은 차후 회의에서 다시 정하기로 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대표자가 처벌되면 해당 법인도 책임을 지는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도 최대 50억원의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양형위가 이처럼 중대산업재해치사상 관련 벌금형과 양벌규정 부분을 설정 범위에 포함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예측 불확실성'을 제거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법무법인 B&H 중대재해센터장 김영규 변호사는 "법인에 대한 벌금형은 경영책임자 개인의 징역형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현재는 50억원 이하라는 상한만 존재할 뿐 구체적인 죄질과 정상에 따른 세분화 기준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어 "벌금형 규모가 법원과 재판부마다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문제"라며 "기업들이 어느 정도 수준의 법적 책임이 예상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일관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중대재해처벌법 1심 이상 판결 71건을 분석한 결과, 65건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이 가운데 실형은 7건, 징역형 집행유예는 55건, 벌금형은 3건이었다. 특히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에 부과된 벌금은 1000만원에서 최대 20억원까지 편차가 컸다.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기업들의 예방 조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대형로펌 중대재해팀 소속 변호사는 "기업 자문 과정에서 회사들이 실제 부담하게 될 벌금 규모 역시 주요 관심사"라며 "어떤 경우에 어느 정도 범위의 벌금이 선고되는지 기준이 제시되면 훨씬 구체적인 대응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동계에서도 벌금형 양형기준 마련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 12일 논평을 통해 벌금형에 대한 별도 양형기준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양형위는 "벌금형 양형기준은 예외적으로 설정한다는 원칙에 따라 제외했다"면서 "현행 양형기준 가운데 양벌규정에 대한 기준이 마련된 선례가 없는 점도 고려했다"고 부연했다.
양형위는 향후 선고 사례 등을 검토해 중대재해 범죄를 포함한 양벌규정의 양형기준 설정 여부를 추가 연구한다는 방침이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