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삼성전자에서 발생한 노사갈등은 단순한 임금협상 충돌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노동계와 정치권이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상징적 적폐처럼 몰아붙이며 만들어낸 구조적 후폭풍이다. 2020년 전후 노동계와 정치권은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반드시 해체해야 할 시대적 과제로 규정했다. 친노조 정권 아래 '무노조 경영 폐기' 구호는 시민단체로 번지며 쏟아졌다.
민주노총은 "삼성에서 노조하자"는 캠페인까지 벌였고, 이에 당시 여권이자 현 여권 인사들도 동조하며 부추겼다.
물론 노동3권은 부정할 수 없는 가치다. 문제는 삼성의 무노조 체제를 무너뜨리는 데에만 열정적이었던 집단들이 글로벌 첨단 제조기업에서 발생할 노사갈등 비용과 국가 경쟁력 문제에 대해선 놀라울 정도로 무책임하다는 것이다.
무노조 해체라는 상징성에만 집중한 결과 국가 핵심 제조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장기적 노사 리스크에 대한 고민은 뒷전이었다.
삼성전자가 일반 제조업체인가.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핵심 축이며,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공급망을 책임지는 전략기업이다. 이 같은 특수성을 고려한 노사 시스템 구축이 필요했지만 어느 누구도 제대로 손대지 못했다. 이러한 여건에서 불거진 노사갈등이 원만히 조정될 것이란 기대감은 애시당초 가지지 말았어야 했다. 노조 설립 촉구만 강경했고, 이후 산업 현실에 대한 무책임한 방조가 결합돼 만들어진 결과에 정부의 대응은 무기력했다. '무노조 경영 철폐'라는 시대정신을 쟁취한 결과는 어떠한가.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위기 속에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검토했고, 증시는 노사협상 결과에 출렁이기 일쑤였다. 외신들은 삼성전자 노조 파업이 현실화되면 한국 경제에 어떠한 수준의 치명타를 줄지 분석하기 바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비난했던 인사들은 현 상황에 거의 침묵하고 있다. 2020년과 2026년의 산업계는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 얽매인 노조 구호가 글로벌 경제의 중심축이 된 산업계에 과연 도움이 될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삼성전자의 사례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노조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한민국이 배출한 글로벌 대기업들이 노조 리스크에 휘둘린다면 그 뒷감당은 누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국가 핵심 산업의 경쟁력과 노동권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고심이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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