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무사 만루' 뒤 헛스윙하는 카카오

주원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5.26 18:23

수정 2026.05.26 18:23

주원규 정보미디어부
주원규 정보미디어부
야구는 철저하게 흐름과 타이밍의 스포츠다. 9회 말 투아웃 상황에도 사소한 변수가 경기를 뒤집곤 한다. 그래서 강한 팀이 되려면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쳐 위기 흐름을 관리하고, 타자들은 점수를 내는 절체절명의 타이밍을 살려야 한다. 강한 기업이 되는 것도 야구의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위기를 간신히 넘겨 낸 카카오는 팀을 구할 '적시타'가 필요하다.



얼마 전까지 카카오는 '무사 만루' 상황에 놓여 있었다. 사법 리스크와 문어발식 확장 논란, 리더십 부재라는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구단(경영진)과 선수(직원), 그리고 팬(주주와 이용자)의 신뢰가 모두 흔들렸다. 대량 실점의 위기 속에서 카카오는 새로운 구원투수를 등판시켰다. 강력한 쇄신안을 발표하고 비핵심 계열사를 정리하며 체질개선에 나섰다. 다행히 이 승부수는 어느 정도 통했다. 치명적인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한 카카오는 인공지능(AI)의 흐름 속에 다시 공격의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실제 카카오는 올해 1·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 66% 늘어나며 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분위기가 오른 카카오를 멈춰 세운 것은 내부 리스크다. 27일 노사 양측이 최종 조정에 실패하면 카카오는 창사 이래 최초로 본사 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타석에 막 올라 이제 막 반격할 시점에 감독과 선수단이 싸우고 있는 형국이다. 외부 상황은 타자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마운드에는 압도적 자본력을 장착한 빅테크와 경쟁자들이 서 있다. 회사의 구조조정과 쇄신 방향, 보상체계를 둘러싼 노사 양측의 입장은 저마다 타당성이 있겠지만 지금 이 순간 경쟁자들이 카카오의 사정을 봐줄 리 없다. 타이밍을 0.1초만 놓쳐도 허무하게 삼진을 당할 수 있다.

분열된 팀이 우승반지를 낀 사례는 단 한번도 없었다. 하나로 뭉쳐 상대의 투구를 분석하고 타격의 결을 맞춰도 살아남기 힘든 것이 현재의 글로벌 AI 리그다. 카카오가 과거의 위기에서 진정으로 벗어나려면 내부의 균열부터 신속하고 매끄럽게 봉합해야 한다. 방망이를 제대로 휘둘러 보지도 못한 채 공격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다음에 찾아올 위기는 단순한 실점이 아니라 '리그 강등'을 의미할 수도 있다.
구단과 선수들은 자신들의 이익이 아니라 팬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대중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카오도 마찬가지다.
카카오의 타석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wongood@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