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당국자, 韓日 조선소서 美 해군 함정 주요 구조물 생산 가능성 언급
해군 연구 예산 18억5천만달러, "호위함 한 척 통째 구매할 수 있는 금액"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 등이 잠재 후보군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해군 군함의 주요 구조물을 한국과 일본에서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조선업 경쟁력 약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동맹국 조선소를 활용해 전력 공백을 메우겠다는 구상이다. 현실화될 경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군사전문매체 브레이킹디펜스에 따르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관계자는 미 국방부가 2027회계연도 예산안에 반영한 해군 연구개발비 18억5000만달러(약 2조8000억원)가 사실상 군함 조달 예산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누구도 연구에 18억5000만달러를 쓰지 않는다"며 "호위함의 경우 제조사에 따라 한 척 전체를 구매할 수도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검토 중인 방식은 군함의 선체·기관·전기설비 등 기본 구조물을 한국이나 일본에서 건조한 뒤 미국 방산업체가 전투체계를 통합하는 형태다.
OMB 관계자는 "군함 최대 2척의 선체·기계·전기 구조물을 한국이나 일본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논의 대상 기업으로는 한국의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과 일본의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JMU 등이 거론됐다.
미국은 현재 중국과의 해군력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군함 건조 능력 부족 문제를 겪고 있다. 반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선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최근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잇달아 진출하고 있다. 실제 한화오션은 지난해 미 해군 군수지원함 정비 사업을 수주했고, HD현대도 미국과 조선 협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미국 정부의 최종 목표는 해외 생산 확대가 아니라 자국 조선업 부활에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OMB 관계자는 "외국 조선사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동안 군함 인도를 받을 수 있다"며 "미국 조선소를 인수해 현대화하거나 신규 조선소를 건설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백악관이 올해 초 발표한 '미국 해양행동계획'에 담긴 이른바 '브리지 전략'과 같은 맥락이다. 브리지 전략은 초기 물량 일부를 한국·일본 등 동맹국에서 건조한 뒤 해당 기업들이 미국에 조선소를 건설하거나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하면 이후 물량은 미국에서 생산하도록 하는 모델이다.
미국은 앞서 핀란드와 쇄빙선 사업에서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핀란드에서 초기 선박을 건조하고 이후 미국 루이지애나주 조선소에서 후속 물량을 생산하기로 했다.
현재 미국 법상 군함은 원칙적으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해야 한다. 해외 건조를 허용하려면 대통령의 별도 유예 조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실제 군함 발주가 한국이나 일본으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법적 절차뿐 아니라 정치적 장벽도 넘어야 한다. 브레이킹디펜스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다수 의원들이 외국 조선사를 활용한 군함 건조 방안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미국 조선업계 역시 일자리 감소와 자국 산업 잠식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백악관과 OMB가 직접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미 조선 협력이 단순 정비 사업을 넘어 실제 함정 건조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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