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차등의 기준이 불명확하다. 현재 논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큰 덩어리로 나누는 방식에 가깝다. 그러나 인천은 전력자급률이 상당히 높은 지역임에도 수도권이라는 행정구분 하나만으로 비싼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 반대로 비수도권이라도 실제 자급률이 낮은 지역은 혜택을 누린다. 전력자급률이 3%에 불과한 대전과 200%를 훌쩍 넘는 전남이 같은 '비수도권' 범주로 묶이는 것이 현재의 구도다. 이런 설계는 실제 원가를 반영하겠다는 제도의 명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형평을 내세우면서 또 다른 불형평을 만들어내는 셈이며, 제도의 정당성을 스스로 갉아먹는 꼴이 된다.
산업 현장의 혼란도 우려된다. 반도체·철강·석유화학처럼 24시간 대규모 전력을 소비하는 업종에서 전기요금은 생산원가의 핵심 변수다. 같은 업종이라도 공장이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비용구조가 달라진다면, 동일 업종 내 기업 간 새로운 형평성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 제도로 기업들이 지방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기업의 입지 결정은 전기요금 하나로 이뤄지지 않는다. 숙련인력, 공급망, 물류 네트워크, 교육·의료 인프라가 함께 갖춰지지 않는 한 요금 차이만으로 이전 유인을 만들기는 어렵다. 이는 수십년에 걸친 수도권 집중 완화정책들이 이미 반복해서 입증한 엄연한 사실이다.
지역 간 에너지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한다. 문제는 수단이다. 요금 차등보다 발전소 입지 지역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보상, 지역 에너지 수익의 공유 모델, 분산에너지 인프라 투자 확대가 더 정밀하고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길이다. 전기요금은 모든 국민의 생활과 산업에 직결된 공공재다. 균형발전이라는 선한 목표를 내걸었더라도 기준이 불분명하고 효과가 불확실하며 부작용이 예견된다면 속도보다 정밀함이 먼저여야 한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