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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 면접 옷 챙겨주는 마음으로 일해요"...정장 빌려입고 '취업날개' 다는 청년들 [단내나는 짠테크]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6.07 10:00

수정 2026.06.07 13:38

['면접 정장 무료대여' 해주는 지자체들]

정장 대여 및 판매업체인 드림윙즈는 서울시 '취업날개'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 주고 있다. 이미지 속 가격표처럼 취업날개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무료 대여 서비스는 주머니 사정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인기있다. 사진은 드림윙즈의 가격 정책을 AI를 통해 이미지로 생성. /사진=챗GPT
정장 대여 및 판매업체인 드림윙즈는 서울시 '취업날개'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 주고 있다. 이미지 속 가격표처럼 취업날개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만큼 무료 대여 서비스는 주머니 사정을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인기있다. 사진은 드림윙즈의 가격 정책을 AI를 통해 이미지로 생성. /사진=챗GPT

다 올랐습니다. '내 월급' 빼고 모든 게 오른 듯 합니다. 점심 한 끼, 커피 한 잔이 걱정인 독자 여러분을 위해, 돈이 되는 소비의 방법을 공유해 드립니다. [단내나는 짠테크] 그 여덟번째 이야기는 취업준비 청년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서울시의 '취업날개'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고물가 시대 청년들의 옷장은 가벼워졌다.

SPA 브랜드나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1만원짜리 티셔츠를 찾는 등 의류비를 줄이는 건 어느새 일상이 됐다.

그럼에도 취업 면접 등 특별한 때 입어야 할 정장은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도 줄일 수 없는 의류비 지출이었다. 재킷과 바지, 셔츠, 구두, 넥타이까지 갖추려면 수십만원은 훌쩍 넘어가니 부담이 됐다.

이 같은 청년들을 위해 지방자치단체들은 예산의 일부를 활용해 '면접정장 무료대여' 정책을 펼치고 있다. 서울시도 면접정장을 무료로 대여해 주는 '취업날개'를 운영 중이다. 2016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았다.

청년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취업날개'

정장 대여 및 판매업체인 드림윙즈는 서울시 '취업날개'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 주고 있다. 1만여별의 정장을 갖추고 있어 기업의 형태, 계절, 체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옷을 빌릴 수 있다. /사진=챗GPT
정장 대여 및 판매업체인 드림윙즈는 서울시 '취업날개'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 주고 있다. 1만여별의 정장을 갖추고 있어 기업의 형태, 계절, 체형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옷을 빌릴 수 있다. /사진=챗GPT

서울시에 따르면 취업날개는 지난해까지 누적 이용자는 38만명을 기록했고 만족도는 97.9%에 달했다. 이용자가 늘면서 올해는 이용 가능한 지점이 12개에서 15개로 늘렸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말까지 6만명 이상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취업날개는 면접 일정과 장소가 담긴 증빙자료를 제출하면 서울 거주 고교졸업 예정자부터 39세 이하 청년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서울시의 서울일자리포털 '취업날개' 메뉴에서 원하는 업체를 선택, 방문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방문하면 전문가의 도움으로 체형과 목적에 맞는 정장을 빌릴 수 있다. 처음 이용할 경우 신체 치수 측정을 위해 직접 방문해야 하지만, 두 번째부터는 온라인 신청 후 택배로 받을 수 있다. 넥타이와 벨트, 구두, 가방도 무료로 빌릴 수 있다.

한 번 대여하면 3박 4일, 연 10회 이용할 수 있다. 대여 종료일로부터 5일 이내 추가 면접이 있으면 연장도 가능하다. 올해부터는 체험형 인턴 면접과 AI 면접, 비실시간 영상면접 응시자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

"정장 다시 살 뻔했는데..."
취업준비생인 김영현씨(왼쪽)는 정장 대여 및 판매업체인 드림윙즈에서 검정색 정장 세트와 구두를 빌려 공기업 면접 시험을 봤다. 지난 4일 면접을 마치고 매장을 찾아 의상을 반납한 뒤 매장 직원과 의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서윤경 기자
취업준비생인 김영현씨(왼쪽)는 정장 대여 및 판매업체인 드림윙즈에서 검정색 정장 세트와 구두를 빌려 공기업 면접 시험을 봤다. 지난 4일 면접을 마치고 매장을 찾아 의상을 반납한 뒤 매장 직원과 의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서윤경 기자

지난 4일 '취업날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 마포구 신촌로 드림윙즈 신촌홍대점을 찾았다.

검은 색 정장을 갖춰 입은 취업준비생 김영현씨(34)가 때마침 의상 반납을 위해 매장을 방문했다.

이날 공기업 면접을 보고 온 김씨는 "취업준비를 위한 오픈채팅방에서 취업날개를 알게 됐다. 집이랑 가깝고 물량도 많아 이 곳을 자주 온다"고 말했다.

만족도는 높았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네번 이용했고 올해도 벌써 다섯 번이나 취업날개의 도움을 받았다. 김씨는 직원의 도움으로 공기업에 어울리고 사이즈에 맞는 정장을 골랐다. 체형에 맞춰 간단한 가봉도 했다.

김씨는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의 소매 끝을 들춰보이며 "소맷단 길이를 한 단 줄여 줬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세탁을 하지 않고 반납해도 된다는 점도 큰 도움이 된다"며 "취업날개와 연계된 매장이 주요 지역마다 있다보니 면접 장소 등을 고려해 찾아갈 수 있다. 여기를 주로 오지만, 종로의 매장을 찾아간 적도 있다"고 전했다.

"학생들 덕에 먹고 살았으니…보답할 차례"

정장 대여 및 판매업체인 드림윙즈는 서울시 '취업날개'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 주고 있다. 대여한 정장은 세탁하지 않은 채 반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청년들이 사용한 정장은 다음 청년을 위해 30년 경력의 이몽원씨가 세탁과 수선, 다림질까지 해 놓는다. 이씨가 반납한 정장을 다림질하고 있다. /사진=서윤경 기자
정장 대여 및 판매업체인 드림윙즈는 서울시 '취업날개'를 통해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 주고 있다. 대여한 정장은 세탁하지 않은 채 반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청년들이 사용한 정장은 다음 청년을 위해 30년 경력의 이몽원씨가 세탁과 수선, 다림질까지 해 놓는다. 이씨가 반납한 정장을 다림질하고 있다. /사진=서윤경 기자

드림윙즈를 운영하는 이태헌 대표(50)는 원래 서강대 인근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했다.

이 대표는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졸업생들이 주요 고객이었다"며 "면접용 사진을 찍는 학생들을 위해 정장 두어벌을 비치해 놨는데 어느 순간 학생들이 면접 때 입고 싶다며 그 정장들을 빌려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드림윙즈의 시작이었다. 저렴한 가격에 청년들에게 정장을 빌려 주거나 판매했다.

그는 "학생들 덕에 먹고살았으니 그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현재 창고에 있는 수량까지 포함하면 1만여벌 정도 된다"고 전했다.

수량만 많은 게 아니다. 일반 기업은 물론 항공사, 아나운서, 공기업 등 특정 분야의 취업준비생까지 고려해 형태도 다양하다.

이 대표는 "항공사의 경우 국내 항공사마다 스타일이 제각각이고 어느 나라 항공사냐에 따라서도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그에 맞춰 색상, 디자인을 세분화해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을 배려한 숨은 공간도 보였다. 대형 세탁기와 재봉틀, 다림질 작업대가 있는 공간에선 30년간 대형 유통 매장에서 근무한 이몽원씨(70)가 반납된 정장을 손질하고 있었다.

이씨는 정장 바지를 다림질하며 "내 자식 옷 챙겨주는 마음으로 일한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머리 스타일을 수정하고 얼굴 화장을 고칠 수 있는 메이크업 공간도 있다.

그래서일까. 지자체들은 드림윙즈에 '무료' 대여 서비스를 제안했다. 현재 서울시와 김포·고양·파주 등 경기 지역 지자체와 협력 중이다.

예산 확보 등 과제도 남아

아쉬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도, 제공하는 업체도 한 목소리로 말하는 건 '예산'이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 예산이 모두 소진돼 지원을 받을 수 없었다. 비용 부담 때문에 2만5000원에 재킷만 빌려 입고 면접장에 갔다"며 "친구들 보면 지역구별 비슷한 지원이 있는데 제가 사는 곳은 그런 게 없어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

안정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도 "지난해 11월부터 연말까지 지원을 못 받았었다"며 "유료 대여도 세탁비 정도 충당할 수준이라 임대료나 인건비, 운영비는 스스로 해결했다. 지자체 지원이 있어 그나마 부담이 덜 한데 그마저도 끊기면 운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자격증 시험 응시료부터 교재비, 사진 촬영비까지 취업 준비에 들어가는 비용은 해마다 늘고 있다. 만원짜리 티셔츠로 생활비를 아끼는 청년들에게 취업날개는 면접장으로 향하는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날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표의 말은 정부와 지자체 등이 정장 대여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공을 들어야 할 이유를 알려 준다.

"언제 보람을 느끼냐고요. 취업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화로 알려주거나, 간식을 들고 찾아오는 청년들을 볼 때요."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