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원화가치 폭락 '검은 월요일'
한미 통화 스와프 재추진도 검토를
코스피와 코스닥이 8일 동반 급락하며 잇따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브로드컴의 실적 발표를 계기로 AI 데이터센터 투자와 반도체 호황이 정점을 지난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했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다.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가 미국발 충격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외환시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555원을 넘어섰고, 전날 야간거래에서는 1560원선마저 돌파했다.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와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이 맞물리며 환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도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년7개월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한국 경제를 둘러싼 여건도 녹록지 않다. 반도체 등 주력 산업 경쟁력에 힘입어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국가 신인도도 비교적 견고한 편이다. 그럼에도 중동 정세 불안이 100일 넘게 이어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현상이 이어진다. 수출 호황에도 기업들이 벌어들인 달러가 국내로 충분히 유입되지 않고 있는 데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계획에 따른 달러 수요도 부담이다. 시장이 향후 원화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는 뜻이다. 외국인투자자 역시 20거래일 넘게 순매도를 이어가며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당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연이어 구두개입에 나섰고 휴일에도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투기적 움직임과 시장교란 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 방침도 밝혔다. 국민연금 환헤지 비율 상향 등의 대책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당국이 꺼내 들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보다 강력한 대응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때 안전판 역할을 했던 한미 통화스와프 재추진 등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대책이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을 재점검하고, 금리 상승에 따른 가계부채와 빚투 리스크에도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시장이 보내는 경고를 일시적 충격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물론 과잉반응도, 과소평가도 모두 위험하다. 지금이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골든타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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