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8일 이틀간 3053억 강제청산 "2배 ETF 수급 집중이 무질서 유발"
9000선을 향해 달리던 코스피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하면서 신용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이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한 달(5월11일~6월8일) 반대매매 규모는 1조972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코스피가 각각 5.54%, 8.29% 급락했던 지난 5일과 8일 이틀간 반대매매 규모는 3053억원에 달했다.
최근 한 달간 반대매매 규모는 올해 1월(2166억원)의 5배, 4월(2642억원)의 4배에 이르는 수치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자금을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하거나 담보 유지비율이 일정 수준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증권사가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제도다.
반대매매가 투자자들에게 유독 무서운 이유는 투자자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이 강제 처분되는 데다 매도물량이 장 시작 전 동시호가에 집중되면서 예상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빚투 투자자가 급증한 가운데 증시 변동성까지 커지며 반대매매 규모는 최근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금투협에 따르면 신용공여잔고는 지난달 29일 38조227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8일 기준 37조7904억원 수준으로 내려섰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신용융자 증가분 상당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인공지능(AI) 관련 주도주에 집중됐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삼성전자 신용잔고는 4조4742억원, SK하이닉스 신용잔고는 3조9719억원을 나타냈다.
극도로 높아진 증시 변동성도 반대매매 위험을 키우는 요인이다.
코스피는 지난 2일 장중 8933.62를 기록, 9000선에 바짝 다가섰지만 3거래일 만인 지난 8일에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며 7400선까지 급락했다. 지난 9일에는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8000선을 재탈환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된 후 코스피 변동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의 일간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구조다. 주가가 급락하면 운용사와 시장조성자는 목표 배율을 맞추기 위해 현물과 선물을 추가 매도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주가 하락이 더 커질 수 있다.
신용잔고가 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한 상황에서 변동성까지 확대되면서 증권가는 추가 반대매매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가치가 빠르게 하락해 반대매매가 발생하고, 이렇게 나온 매물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지난 8일 8.3% 하락, 9일 8.2% 상승 등 폭등락세를 연출하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의 현기증을 유발하고 있다"며 "코스피200 미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표인 코스피200변동성지수(VKOSPI)도 91포인트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한 연구원은 "VKOSPI가 실제 주가 변동성을 따라가지 못할 만큼 최근 지수 변화가 무질서해졌다"며 "레버리지 ETF 수급의 대부분이 주도주인 반도체에 집중되고 반도체의 코스피 영향력이 높은 환경이 지속되는 한 무질서한 가격 움직임과 빈번하게 마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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