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2조달러 판 커진 제약시장 … K바이오 승부처는 ‘플랫폼’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2031년 2조7105억弗 성장 전망
AI·빅데이터로 개발속도 빨라져
단일 신약 경쟁서 시스템 시대로
바이오텍 투자·공동개발 등 활발
글로벌 상업화 역량이 성패 좌우

2조달러 판 커진 제약시장 … K바이오 승부처는 ‘플랫폼’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2조달러(3000조원)를 넘어설 전망이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혁신 신약 출시 확대에 힘입어 글로벌 제약산업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잘 팔리는 신약 한 개'를 둘러싼 경쟁이 아니라 AI와 데이터, 생산 역량, 글로벌 판매망까지 결합된 플랫폼 경쟁 시대로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시장 확대…해외 진출 가속화

1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4월 발간한 '2026 글로벌 바이오헬스산업 시장규모(2020~2031)'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를 2조108억달러(약 3073조1056억원)로 전망했다.

지난해 1조8796억달러 대비 약 7% 증가한 규모로, 글로벌 제약시장이 처음으로 2조달러 시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시장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가 2027년 2조1427억달러, 2031년에는 2조7105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제약시장 확대에 따라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현지 법인 설립과 판매망 구축, 기술수출 확대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시장이 2조달러 시대에 진입했다는 것은 단순한 시장 규모 확대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연구개발 경쟁력뿐 아니라 글로벌 상업화 역량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경쟁 시대…역량 강화 '핵심'

업계는 이를 단순한 시장 확대 이상의 변화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처럼 '잘 팔리는 신약 한 개'를 둘러싼 경쟁이 아니라 AI와 데이터, 생산 역량, 글로벌 판매망까지 결합된 플랫폼 경쟁 시대로 산업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시장 성장을 이끄는 동력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치료제 등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시장을 주도했다면 현재는 비만치료제와 면역항암제, 항체약물접합체(ADC),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첨단 바이오의약품이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특히 ADC 분야에서는 글로벌 빅파마 간 수조원 규모 기술거래가 이어지며 차세대 항암 플랫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신약 개발 방식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수많은 후보물질을 발굴해 동물실험과 임상을 거치며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최근에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개발 속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흐름이 뚜렷하다.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와 디지털 바이오마커, 실사용데이터(RWD) 등도 신약개발의 핵심 도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동물실험 의존도를 줄이고 AI·오가노이드 기반 대체시험법(NAM) 도입 확대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변화와 맞닿아 있다.

시장 확대와 함께 글로벌 제약사들의 사업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자체 연구개발 중심 전략에서 최근에는 유망 바이오텍 투자와 기술 도입, 공동개발 등을 결합한 오픈 이노베이션이 보편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수준의 생산 역량을 앞세워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셀트리온이 미국 직접판매 체계를 구축하고, SK바이오팜이 미국 현지 사업 확대에 나선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 리가켐바이오 등도 ADC와 차세대 항암 플랫폼 분야 투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의 경쟁이 '누가 더 좋은 신약을 만드느냐'를 넘어 '누가 더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하느냐'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시장의 2조달러 돌파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며 "이제는 연구개발뿐 아니라 생산과 데이터, 판매 네트워크까지 연결한 글로벌 사업화 역량이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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