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도나 성지에서 울려 퍼진 K팝… 아스테카, 40년 만에 깨어났다 [2026 월드컵]
사상 첫 3회 월드컵 개최 멕시코… 1986년 이후 40년 만의 화려한 귀환
샤키라 도발적 무대·이재-보첼리 듀엣… 장르 벽 허문 '화합의 장'
공연 끝나자마자 남아공 향해 거센 야유… 39일간의 축구 전쟁 서막
[파이낸셜뉴스] 멕시코시티 스타디움(에스타디오 아스테카)에서 월드컵 개막 축포가 다시 터지기까지 무려 40년의 세월이 걸렸다.
1986년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서독을 꺾으며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역사의 성지에서, 멕시코 시민과 전 세계 축구 팬들은 40년 만에 찾아온 지구촌 최대의 축제를 흠뻑 만끽했다. 1970년(펠레의 브라질 우승)과 1986년에 이어 사상 최초로 '월드컵 3회 유치'라는 대업을 달성한 멕시코는 과거 전설들의 발자취 위에 또 다른 굵직한 이정표를 세웠다.
11일(현지시간) 막을 올린 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 행사의 핵심 메시지는 '화합'이었다. 아스테카 전사를 형상화한 깃털 장식의 무용수들과 온몸을 황금빛으로 치장한 공연자들이 그라운드를 수놓았다. 이들은 황금빛 구체를 마치 축구공처럼 주고받는 화려한 '티키타카' 퍼포먼스를 연출하며 멕시코 특유의 정열을 과시했다.
무대 라인업은 대회의 거대한 규모만큼이나 다채로웠다. 1980년대 히트곡인 MC 해머의 명곡으로 향수를 자극하더니, 멕시코 전통 사운드와 테크노가 장르의 벽을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세계적인 팝스타 샤키라가 무대에 올라 대회 주제가인 '다이 다오(DAI DAI)'로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끌었고, 그룹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멤버 이재는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리아 보첼리와 함께 'DNA'를 열창하며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함성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축제의 평화로운 여운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축구는 우리를 하나로 엮어준다"는 아름다운 멘트가 무색하게, 본 행사가 끝난 뒤 잔혹한 승부의 세계가 곧장 얼굴을 내밀었다.
개막전에 나서는 멕시코 선수들이 몸을 풀기 위해 그라운드로 진입하자 관중석에서는 광적인 환호가 터져 나왔다. 반면 상대 팀인 남아프리카공화국 선수들이 등장하자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거센 야유가 쏟아졌다. 평화와 화합을 노래하던 황금빛 아스테카가 순식간에 적의로 가득 찬 용광로로 돌변하는 순간이었다. 바야흐로 39일간 이어질 피 말리는 축구 전쟁의 진짜 막이 올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