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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떠나는 제주, 대학 거점으로 재도약… 2998억원 앵커사업 본격화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올해 627억원 투입, 3개 대학 지원
제주대·관광대·한라대 참여
AI·항공우주·반도체 인재 양성
런케이션 3대 모델·12개 실행모델 재편
취업·창업·정주 지역혁신 실험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전경. 제주도와 제주RISE센터는 제주대·제주관광대·제주한라대가 참여하는 제주 앵커사업 2차년도 대학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627억원을 투입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제주대학교 아라캠퍼스 전경. 제주도와 제주RISE센터는 제주대·제주관광대·제주한라대가 참여하는 제주 앵커사업 2차년도 대학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올해 627억원을 투입한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가 대학을 지역 성장의 전진기지로 다시 세운다. 청년 유출과 산업 인재 부족, 지역대학 위기가 동시에 겹친 상황에서 대학을 취업·창업·정주의 거점으로 바꾸겠다는 시도다.

15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도와 제주RISE센터는 지난 11일 제주도청에서 제3차 제주RISE위원회를 열고 제주 앵커사업 2차년도 대학별 사업계획을 최종 확정했다.

제주 앵커사업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를 제주형으로 재구조화한 사업이다. 다시 말해 중앙정부가 정한 방식대로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가 지역산업과 인재 수요에 맞춰 대학 지원 방향을 설계하는 체계다. 제주는 이를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로 확장해 교육과 연구, 창업, 정주를 한 묶음으로 연결하려 한다.

사업 규모도 작지 않다. 제주도와 제주RISE센터는 지난해 488억원을 투입한 데 이어 올해 국비 522억원과 도비 104억원 등 모두 627억원을 투입한다. 오는 2029년까지 누적 지원 규모는 2998억원에 이른다. 올해 전체 예산 가운데 약 338억원은 제주대와 제주관광대, 제주한라대 등 3개 대학에 우선 배분된다.

이번 2차년도 계획의 핵심은 대학 중심 지원에서 학생·인재 중심 지원으로 방향을 바꾸는 데 있다. 기존에는 대학별 사업 추진에 무게가 실렸다면 올해부터는 제주에서 배우고 일하며 머무는 인재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를 위해 제주도는 AI와 항공우주, 반도체 등 미래 전략산업 인재 양성부터 런케이션, 창업, 정주 생태계 구축까지 5대 프로젝트와 9개 단위과제를 추진한다. 대학이 강의실 안에서 인재를 길러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기업과 연구기관, 행정이 함께 인재가 머물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만드는 구조다.

'런케이션' 사업도 전면 재편된다. 런케이션은 학습을 뜻하는 '러닝'과 휴가를 뜻하는 '베케이션'을 결합한 개념이다. 제주에서는 이를 교육·연구·산업·체류가 이어지는 모델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2차년도에는 런케이션을 제주 지역기반형, 국내 초광역 협력형, 글로벌 협력형 등 3대 모델과 12개 실행 모델로 재구조화한다. 외부 학생이나 연구자가 제주에 잠시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대학과 기업, 연구기관과 연결되도록 설계하겠다는 뜻이다.

5극3특 기반 초광역 공유대학 고도화도 주요 축이다. 5극3특은 정부의 균형성장 전략과 맞물린 초광역 인재양성 틀이다. 제주는 이 흐름에 맞춰 지역 안에서만 인재를 키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다른 권역과 연계한 공유대학, 공동 교육과정, 초광역 성장엔진 인재 양성으로 사업 범위를 넓힌다.

성과 관리도 강화된다. 제주도는 올해부터 대학별 주요 앵커사업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4억6960만원 규모의 성과 인센티브 예산을 차등 배정한다. 단순히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이 아니라 성과에 따라 다음 지원 규모를 달리하겠다는 취지다. 향후 교육부 연차평가 결과에 따라 추가 인센티브도 배분할 계획이다.

지난 11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2026년 제3차 제주RISE위원회 회의. 제주도와 제주RISE센터는 제주 앵커사업 1차년도 성과와 2차년도 대학별 사업계획을 공유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11일 제주도청에서 열린 2026년 제3차 제주RISE위원회 회의. 제주도와 제주RISE센터는 제주 앵커사업 1차년도 성과와 2차년도 대학별 사업계획을 공유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역 수요를 반영한 신규 지정과제도 9건 추가됐다. 이는 대학이 자체적으로 하고 싶은 사업보다 지역 산업과 행정 수요가 필요로 하는 과제를 더 강하게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제주도가 강조하는 취업·창업·정주 선순환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인재를 키워도 일자리가 없으면 떠나고, 창업을 해도 시장과 정주 기반이 약하면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적으로도 이 사업은 지역대학 정책의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역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으로 존립 압박을 받고 있다. 지방정부는 지역산업을 키우고 싶어도 필요한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 RISE 체계가 대학 지원을 지역정책의 한복판으로 끌어온 배경이다.

제주의 과제는 분명하다. 2998억원이라는 대규모 재정 투입이 실제 청년 정주와 산업 인재 확보로 이어져야 한다. 대학의 교육과정 개편, 기업 수요 반영, 창업 지원, 주거·문화·일자리 여건이 따로 움직이면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2차년도 사업이 '계획 확정'보다 '실행력 검증'으로 읽히는 이유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회의에서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사람과 기업, 연구와 교육이 모이는 글로벌 K-교육·연구 런케이션 도시 제주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지역산업과 연계한 인재 양성, 지산학연 협력체계 강화, 인재들이 지역에 머물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위원장인 양덕순 제주대학교 총장은 "앵커사업은 대학들이 지역 혁신의 싱크탱크이자 앵커가 돼 제주의 위기를 극복하고 청년들을 정착시키는 생존게임"이라며 "도내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혁신기관, 지역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진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1차년도가 대학과 지역을 연결하는 기반을 다진 단계였다면 2차년도는 청년 정주와 산업 인재 확보라는 실질적 성과를 입증해야 할 시점"이라며 "AI·항공우주 등 미래 전략산업 인재가 제주에 정착해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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