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 구내식당까지 교섭대상 인정, 노동현장 혼란 크다

임상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지노위, 현대차 원청 사용자성 확대
경영계 "지나치게 넓게 해석" 반발

한화오션·현대차 "구내식당도 교섭하라"…노란봉투법 우려 현실로 /사진=뉴스1
한화오션·현대차 "구내식당도 교섭하라"…노란봉투법 우려 현실로 /사진=뉴스1

현대자동차가 사내 하청 생산직과 구내식당 근무자, 영업사원 등 하청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하는 '진짜 사장'이라는 지방노동위원회 판정을 받았다. 한화오션 역시 위탁 급식업체 노조와 교섭에 응해야 한다는 중앙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경영계가 우려해 온 '비핵심 업무'까지 원청의 사용자성이 확대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현실화한 셈이다.

현대차에 대한 결정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완성차 업계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교섭을 요구한 하청노조에는 공장 등의 서열(부품 배열)·불출(부품 운반)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지회뿐 아니라 구내식당, 보안·경비, 판매대리점 카마스터 조직까지 포함됐다. 직접생산을 넘어 식당·경비·판매까지 원청 교섭 대상이 확대된 것이다.

한화오션 사례도 비슷하다. 급식과 통근버스 운영 등 지원 업무를 맡는 협력업체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원청의 교섭 의무를 인정하면서 사용자성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해 온 국내 산업계의 도급체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현대차는 국내 제조업 간접고용 구조를 상징하는 사업장이다. 이번 판정이 산업계 전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청의 노사 관리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 협력업체가 8500곳에 이르는 상황에서 교섭 의무의 범위가 어디까지 확대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앞으로 수많은 하청노조와 별도 협상을 해야 하고 교섭 결렬 시 소송전까지 이어질 수 있어 정상적 경영활동의 위축이 우려된다. 현대차는 정규직 노조의 파업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정규직과 하청노조를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경영계는 이번 판단이 지난 2월 고용노동부 해석지침과도 배치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노동부는 "일반적인 도급계약 관계에서는 도급인이 수급인에게 계약 이행의 내용이나 절차에 관해 일반적·결과 지향적으로 지시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는 계약상 관리·감독 권한과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구조적 통제를 구분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영계는 이번 판정이 그 경계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현대차는 여러 차례 심의 끝에 결론이 났고, 한화오션은 지노위 판단이 유보됐었다. 사용자성 인정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그만큼 크다.

이번 판정을 계기로 기업들을 상대로 한 원청 교섭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는 이미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와의 원청 교섭도 요구하고 있다. 중노위 재심 판단 요구도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중노위에는 포스코와 고려아연 등의 사용자성 재심 사건 20여건이 계류 중이다.

노란봉투법은 취약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실질적 지배력이라는 추상적 기준이 급식·경비·통근버스 등 지원 업무까지 확대된다면 입법 취지를 넘어선 과잉 적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피하기 위해 외주·도급 구조를 축소하거나 생산거점을 해외로 이전하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

정부와 국회는 사용자성 인정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법률과 지침으로 서둘러 정립해야 한다. 노동자 보호와 기업 경영의 예측 가능성이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