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화학약품 없는 캡슐이 수질 검사하고 살균한다 [언박싱 연구실]
<46> 연세대 김상우 교수팀
세계 최초 자가발전 물 정화 캡슐 개발
3초간 흔들면 전기 만들어 작동 가능
30분만 걸어도 1L 강물 완전 살균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에 실시간 전송
검사·살균 120회 반복에도 성능 유지
[파이낸셜뉴스]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김상우 교수 연구팀이 배터리 같은 외부 전원이나 화학 소독약품 없이도 물의 오염 가능성을 감지하고 병원성 미생물을 살균할 수 있는 자가발전 부유형 캡슐을 개발했다. 캡슐을 3초간 흔들면 수질을 측정해 스마트폰으로 전송하고, 물 위에 띄워두면 걷거나 바람이 부는 것만으로 생기는 정전기로 병원균을 없앤다.
이번 연구는 중국 인민대학교 연구팀과의 국제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물 분야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네이처 워터(Nature Water)'에 게재됐다.
안전한 식수를 얻는 것은 인간의 기본 권리이지만, 전 세계 수억 명의 인구가 여전히 오염된 수원을 그대로 마시며 수인성 질병 위험에 노출돼 있다. 기존의 물 처리 기술은 염소를 투입해 발암 부산물이 생길 우려가 있거나, 자외선 조사나 여과(필터링)처럼 지속적인 전력 공급과 비싼 장비 유지가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캡슐은 25달러(약 3만원대) 미만의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 가능하면서도, 기계적 움직임을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기술을 통해 수질 감지와 미생물 살균을 하나의 소형 장치에 통합해냈다. 전력망과 위생 인프라가 부족한 재난 지역이나 고립된 농촌 등에서 식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전망이다.
이 캡슐의 작동 방식은 직관적인 2단계 구조로 이뤄져 있다. 먼저 캡슐을 손으로 약 3초간 세차게 흔들면, 캡슐 내부의 자석이 코일 주위를 움직이면서 전기가 발생하는 전자기 유도 방식으로 전류가 흐른다.
이 전력은 캡슐 하단의 수질 센서와 블루투스 저전력 통신 모듈을 작동시킨다. 캡슐은 물속에 녹아 있는 전기를 띠는 알갱이(이온성 물질)의 총량(TDS)을 측정해 화학적 오염 가능성을 간접적으로 판단한 뒤, 이 측정값을 사용자의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로 무선 전송한다. TDS 기준치는 250mg/L로,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과 연구팀의 실제 오염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설정한 수치다. 측정값이 기준치 미만이면 살균 단계로 넘어가고, 초과하면 마시기에 적합하지 않은 물로 판단해 버리도록 안내한다.
화학 오염 위험이 낮다고 확인된 물에 캡슐을 띄워두면 두 번째 단계인 자가발전 살균이 시작된다. 캡슐이 든 물병을 배낭에 넣고 걸을 때 생기는 흔들림이나, 야외 물탱크에 불어오는 잔잔한 바람으로 생긴 물결 움직임에 의해 캡슐이 물 위에서 위아래로 진동한다.
이때 캡슐 외벽 표면과 물 분자가 서로 부딪치며 마찰전기(정전기)가 발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하는 캡슐 표면에 촘촘히 돋아나 있는 아주 미세한 기둥 모양의 전극 끝단에 집중된다. 끝단에 모인 정전기는 국소적으로 매우 강력한 전기장을 형성하고, 이 전기장은 물속 박테리아나 바이러스의 세포막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죽이는 전기천공(세포막에 구멍을 뚫어 미생물을 없애는 방법) 현상을 유도한다.
연구팀은 대장균, 고초균, MS2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실제 살균 실험을 진행했다. 1L의 강물이나 호숫물을 물병에 담아 배낭에 넣고 30분만 걸었을 때 모든 병원균이 완전히 사라졌다. 4L의 물탱크에서도 미풍에 의한 잔잔한 물결 흔들림만으로 52분 만에 완벽한 살균 효과를 확인했다.
특히 이 캡슐은 4L 강물에서 총 120회 이상 반복해서 살균 실험을 진행했음에도 형태 변화나 성능 저하 없이 안정성을 유지했다. 전극 물질이 물속으로 빠져나오지 않고 소독 유해 부산물도 생기지 않아 마시는 물의 안전성도 확보됐다. 이번 연구는 전력과 화학약품 없이도 지속 가능한 차세대 분산형 물 관리 플랫폼의 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