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여교사 텀블러에 남자의 '체액'이…초등 교실 덮친 '엽기적 테러'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 교실에서 체액이 담긴 채 발견된 텀블러. 제주교사노조 제공
초등학교 교실에서 체액이 담긴 채 발견된 텀블러. 제주교사노조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 서귀포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 고등학생이 몰래 침입해 여교사의 개인 물품에 체액을 묻히고 소변을 보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 교사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으며, 교원 단체는 허술한 학교 보안망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서귀포경찰서와 제주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지난 4월 28일 서귀포시 모 초등학교의 20대 교사 A씨는 수업 중 자신의 텀블러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담긴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조사 결과 해당 액체는 남성의 체액으로 밝혀졌다.

사건 직후 학교 측은 교실 복도에 CCTV를 추가로 설치했다. 그러나 한 달여가 지난 이달 4일 오후 9시 40분경,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외부인이 또다시 A씨의 교실에 침입해 교사용 의자에 소변을 누고 달아나는 2차 범행이 발생했다.

경찰은 추가로 설치된 CCTV 영상을 토대로 인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남학생 B군을 특정, 지난 8일 건조물 침입 및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붙잡았다.

"간식 먹으러 들어간 것" vs "명백한 표적 범죄"

경찰 조사에서 B군은 모든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고의성은 부인했다. B군은 "해당 교사를 알지 못하며, 화장실을 찾으려다 교실에 간식이 있어 들어갔을 뿐 성적 목적을 둔 행위가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피해 교사 A씨와 노조 측은 B군의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A씨는 "다른 교실에도 간식이 비치되어 있음에도 두 번 모두 정확히 내 학급으로 곧장 들어왔고, 1·2차 범행 모두 개인 물품을 고의로 조준했다"며 타깃을 정한 계획적 범행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으로 A씨는 심각한 불안 증세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호소하며 병가를 낸 채 교육 현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해당 학급 학생들 역시 범죄 현장이 된 교실을 떠나 도서관 등에서 수업을 받는 등 심각한 학습권 침해를 겪고 있다.

A씨는 "내가 없는 사이 교실에서 내 사진을 몰래 촬영했거나 무슨 짓을 더 했을지 모른다"며, 숨겨진 여죄나 불법 촬영물 여부를 밝히기 위해 가해 학생의 휴대전화와 PC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철저한 포렌식 수사를 수사 기관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제주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제주 지역 학교들의 취약한 보안 시스템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는 "제주의 학교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할 담장이 낮거나 아예 없어 출입이 자유롭고, 정문 역시 기둥만 있는 곳이 많다"며 "가장 안전해야 할 초등학교에 성범죄자가 언제든 제지 없이 반복해서 드나들 수 있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후적인 CCTV 설치만으로는 외부인의 무단 침입을 막을 수 없음이 증명됐다"며, 제주도교육청을 향해 출입 통제 장치 강화, 보안 인력 확충 등 학교 안전망의 전면적인 개선을 촉구했다.

한편, 경찰은 특정인을 상대로 성적 의도를 가지고 범행을 저질렀는지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며, 가해자의 디지털 기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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