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려 마신 술, 자살 위험 2.5배 키웠다"...女 '혼술'이 더 위험한 진짜 이유 [헬스톡]
[파이낸셜뉴스] 최근 여성의 고위험 음주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술을 많이 마시는 여성일수록 자살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남성에게서는 이러한 연관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아, 여성의 생물학적 취약성과 사회·심리적 요인을 고려한 맞춤형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국민건강영양조사 기반 자료와 국가 사망 등록 데이터를 연계해 국내 성인 6만 4756명(여성 3만 7030명, 남성 2만 7726명)을 대상으로 약 9.67년(중앙값)간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여성의 경우 과음이나 폭음 등 문제 음주 가능성이 있는 '위험 음주군'의 자살 사망 위험이 비음주 여성보다 2.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코올 장애 지수(AUDIT-C)가 1점 상승할 때마다 여성의 자살 사망 위험은 15%씩 증가했다. 반면 남성에서는 음주 수준과 자살 사망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여성에게 음주가 더 치명적인 이유로 전문가들은 신체의 생물학적 구조와 사회적 환경이 빚어낸 '이중고'를 지목한다. 우선 여성은 남성보다 체내 수분 비율이 낮고 위장의 알코올 분해 효소(ADH) 활성도가 떨어지는 생물학적 특성을 지닌다. 이로 인해 같은 양의 술을 마시더라도 혈중알코올농도가 훨씬 빠르고 높게 상승하며, 간이나 뇌 손상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신체적 반응은 뇌의 전두엽 기능을 급격히 저하시켜 우울감, 불안, 충동성 등 정신건강 문제를 쉽게 악화시키는 도화선이 된다.
여기에 한국 사회 특유의 환경적 요인도 상황을 꼬이게 만든다. 여성의 음주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사회적 낙인은 알코올 의존증을 앓는 여성들을 양지로 끌어내기보다 음지로 숨어들게 만든다. 이는 깊은 고립감과 죄책감으로 이어져 결국 증상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한다. 나아가 최근 급증하는 여성의 위험 음주 기저에는 단순한 개인 습관을 넘어 경력 단절, 과중한 돌봄 노동, 경제적 불안 등 구조적 스트레스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정신건강의학계는 여성의 알코올 의존이 단순한 신체 질환이나 주폭 문제에 그치지 않고 심각한 정신 질환을 동반한다는 점에 각별히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여성 환자들의 경우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주는 고통을 잊기 위해 이른바 '자가 치료'의 목적으로 술을 찾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전문의들은 일상생활에서 나타나는 몇 가지 위험 증상들을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적색경보'로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대인관계 속에서 술을 즐기기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려 혼자 술을 마시는 고립 음주(혼술)의 횟수가 급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술이 깬 후 심한 공허함과 무기력증, 죄책감이 반복되는 극심한 감정 기복 역시 위험 신호다.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자해 충동이나 공격적 행동, 감정 폭발이 음주 상태에서 잦아지는 통제력 상실 현상도 주의가 필요하다. 아울러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음주 후 수면의 질이 극도로 떨어져 만성 피로에 시달리는 수면 장애가 동반된다면 지체 없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