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월드컵 본 게 죄인가요?"… 교사 색출 나선 교장, 발칵 뒤집힌 예천의 어느 고교
교사 재량 '월드컵 시청'에 교장 제동… 학생 성명문 발표로 갈등 수면 위로
"정서적 유대감 키운 산교육" vs "사전 협의 없는 명백한 학습권 침해" 팽팽
[파이낸셜뉴스] 태극전사들의 짜릿한 역전승이 펼쳐졌던 90분의 낭만이 뜻하지 않은 파국으로 돌아왔다.
경북 예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정규 수업 시간 중 진행된 월드컵 경기 시청을 두고 학내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며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학생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하려던 교사의 '낭만'과 정해진 학사 일정을 수호하려는 학교장의 '원칙'이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사건의 발단은 홍명보호의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이 열렸던 지난 1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학교의 일부 교사들은 학업에 지친 제자들을 배려해 수업 시간을 할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단체로 시청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학교장이 이를 절차를 무시한 '학습권 침해'로 간주하고 해당 교사들에게 엄중히 책임을 묻는 과정을 밟으면서 불씨가 커졌다. 이에 반발한 한 재학생이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성명문을 게재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확산했다.
해당 학생은 성명문을 통해 "당시의 경기 시청은 단순한 일탈이 아닌, 교사와 제자가 정서적 유대를 나누고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살아있는 교육이었다"고 항변했다. 이어 "순수한 의도를 가진 선생님들을 범죄자 취급하며 색출하려 한 학교장은 즉각 사과하라"고 날을 세웠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경북도교육청과 학교 측은 진화에 진땀을 빼고 있다. 당장 오는 25일부터 1학기 기말고사가 시작되는 만큼, 과도한 외부의 시선과 여론전이 도리어 시험을 앞둔 재학생들의 진짜 '학습권'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 논란을 촉발한 온라인 게시글은 삭제되었고 학내 분위기도 점차 안정을 찾고 있으나, 학생들의 심리적 동요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경북도교육청 관계자는 "사전에 철저한 결손 보강 계획이 수립되고 시청을 원치 않는 학생들을 위한 대안이 마련되었다면, 월드컵 시청 역시 훌륭한 교육 활동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다만 이번 사안은 구성원 간의 사전 협의 없이 너무 급작스럽게 이루어진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학교장으로서는 다가오는 시험 대비와 엄정한 학사 운영을 위해 제동을 걸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극적인 논란을 멈추고 학생들이 상처 없이 본연의 학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