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0만닉스', '35만전자' 보니 더 원통해... 나만 벼락거지 된거야?" 기회 놓친 김대리, '이 무기' 있었더라면[인치범의 주식투자 부트캠프]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20대가 롤러코스터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위기는 반복돼요, 위기에 또 당하지 않기 위해선 잊지 말아야 해요.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고하는 것.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그리고, 항상 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저는 두 번은 지고 싶지 않거든요" '국가부도의날(2018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 분) 의 독백
영화 '국가부도의 날(2018)'의 주인공 '한시현 팀장(김혜수)'의 대사입니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 나온 이 독백은 주식 투자자에게도 깊은 울림을 줍니다. 20대 개인 투자자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변동성이 극심한 주식 시장에서 위기에 당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잊지 말아야 할까요? 그 답은 세계 최고 투자자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 5월 7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폭스비즈니스네트워크(FBN) 프로그램에서 인터뷰 중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사진=뉴시스
워런 버핏의 현금 비중은 무려 30%
워런 버핏이 이끌어온 버크셔 해서웨이는 전체 자산 중 현금 비중이 무려 31%(31.7%)에 달합니다. 전체 자산 약 1조 2,522억 달러 중 약 3,970억 달러(약 590조 원)를 현금 및 단기 국채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워런 버핏은 오랫동안 "최소 200억 달러(약 27조 원) 수준의 유동성"을 유지해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사상 최대 규모로 늘린 것입니다. 참고로 현금성 자산은 단기 국채(T-Bill)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2026년 상반기 공개 자료 기준)
그렇다면 거대 자산가들이 강조하는 현금 보유는 20대 개인 투자자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20대 개인 투자자에게 현금 보유는 단순히 쉬고 있는 돈이 아닙니다. "미래 선택권의 확보"이자, 변동성이 심한 주식 시장에서 "생존 확률을 높여주는 보험"입니다. 또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로 일어나는 시장 위기에서 멘탈(mental) 붕괴를 막아주는 강력한 "심리적 완충재" 역할도 합니다. 20대 개인 투자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현금 보유 중요성'을 기억하기 쉽게 3C(CHANCE, CUSHION, CONTINGENCY)로 정리해보았습니다.
현금 보유가 필요한 이유 1: CHANCE(하락 시 저가 매수 기회 확보 )
시장이 급락할 때 현금이 있으면 우량 자산(주식)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매수할 수 있습니다. 코스피나 나스닥이 30% 폭락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시기에 현금을 비축해둔 투자자는 추가 매수로 기존 주식의 평균 매수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물론 그동안 보유 주식의 미래가치를 철저히 공부해 둔 덕분에 "계산된 모험"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에 말씀드립니다.
특히 현금 보유는 '투자 기회 확보'를 위한 좋은 옵션입니다. 시장에는 소위 넥스트 빅 씽(Next Big Thing)이나 10배 이상의 수익을 내는 텐배거(Ten bagger) 종목이 주기적으로 나타납니다. 주로 혁신을 주도하는 우량 기업이나 새로운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입니다. 거시 경제 변수나 정부 정책의 수혜주들도 있고요. 이들의 급락은 현금 보유자에게 최고의 기회입니다. 하지만 만약 내 자산 전체를 이미 주식에 올인(all-in) 한 상태에서 주가마저 폭락해 버렸다면 어떨까요? 과거의 역사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반복되는 경제위기 인포그래픽.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현금을 가지면 폭락장을 '주식 세일' 기회로 활용한다
1997년 외환위기(IMF사태), 2000년 IT버블 붕괴, 2001년 9·11테러, 2003년 카드대란, 2008년 금융위기(서브프라임 위기), 2020년 코로나 시기를 되짚어보겠습니다. 현금 보유 없이 주식에만 몰두했거나 위기로 실직을 겪은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기회'는커녕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가혹한 시기였습니다. 당장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폭락한 주식을 손절로 처분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회가 찾아온 분들도 있습니다. 부자는 아니더라도 '현금을 어느 정도 비축한 분들'입니다. 분명 1997년, 2001년, 2008년, 2020년은 주가가 폭락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위기 이후 강한 반등의 출발점이기도 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역설적이게도 폭락장은 우량 자산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현금 비중에 따른 주식 자산 방어 효과. 챗GPT 생성 이미지
현금 보유가 필요한 이유 2: CUSHION(심리적 완충재 역할)
보유 자금 전체를 주식에 투자했다면 폭락장의 공포를 견뎌내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보유 자금 1000만원을 주식에 전부 투자했는데, 주가가 30% 폭락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전체 자산의 30%가 증발해버린 셈입니다. 반면, 주식에 600만원을 투자했고, 나머지는 현금(400만원)으로 보유하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동일하게 30% 주가가 하락했다 하더라도 전체 자산의 감소폭은 18% 수준이 됩니다.
((600만원×0.3)=180만원, 180만원÷1000만원×100=18% ) '30% 손실'과 '18% 손실'의 심리적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이 차이는 공포에 빠진 투자자가 비이성적 의사결정을 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물론 과도한 현금 보유도 문제가 됩니다.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그만큼 기회비용 손실과 상대적 박탈감(FOMO)을 겪을 수 있으니까요. 결국 시장상황과 내 성향에 맞게 "적정 비율의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현금 보유가 필요한 이유 3: CONTINGENCY (비상자금 확보)
일정 비중의 현금 보유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비도 가능하게 합니다. 살다 보면 실직할 수도, 사업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치료, 수술, 입원 등 꽤 많은 의료비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이직으로 이사를 가야 하거나 전세금 증액이 필요할 수도 있고요. 우리는 예기치 않은 자금 수요에 대응해야 합니다. 현금이 없으면 갑작스러운 자금 필요 상황에서 원치 않는 의사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락장의 과도한 손실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매도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요. 특히 내가 산 주식이 좋은 주식이라면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주가는 일시적 급락 이후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앞선 칼럼에서 "돈을 벌어(수익) 생활비로 쓰고(소비) 이후 남은 자산을 어떻게 보관하고 불릴 것인가?" 하는 '자산 관리' 수단 중 하나가 주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현금도 주식, 채권, 외환, 부동산과 같은 맥락에서 자산 관리의 한 가지 수단입니다. '현금 보유'는 보관이라는 '수동적 행위'가 아닌 미래의 선택을 위한 '능동적 조치'라는 것을 아시기 바랍니다. 투자의 대가와 금융업계, 학계 모두 현금 보유도 투자 전략(position)의 한 형태이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현금을 쥐고 있는 것(sitting on cash) 역시 투자자가 내린 매우 적극적 투자 결정(investment decision)으로 본다는 점을 강조드립니다.
좋은 투자자는 현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현금은 폭락장에 싸게 살 수 있는 강력한 무기"
투자 대가들은 현금 보유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바우포스트 그룹 창립자이자 '제2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세스 클라만(Seth Klarman)은 시장이 과열되거나 투자 기회를 찾기 어려운 시기에는 높은 현금 비중을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현금을 '일하지 않고 쉬는 돈'이 아니라, '시장 폭락 시 가장 좋은 자산을 싸게 사기 위해 준비된 강력한 무기'로 정의합니다. 찰스 슈왑 (Charles Schwab)이나 JP모건 (J.P. Morgan) 같은 글로벌 대형 금융사의 여러 자산배분 보고서에서는 현금을 '공포의 순간에 움직일 수 있는 보험'으로 평가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워런 버핏은 오랜 기간 최소 200억~300억 달러의 유동성을 유지했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가 최근 현금 비중을 늘린 것은 주식 시장 과열과 '매력적인 대형 투자 기회(적정 가격의 기업)의 부재' 때문이라고 합니다.
"혼란이 오면 누구도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지 않다"
위기는 예측할 수 없지만 대응은 가능합니다. 욕심을 조금 덜어내고 자산의 일부를 현금으로 보유하는 것입니다. 흔히 현금을 '수익 없는 자산'으로 보지만, 폭락장에서 현금은 가장 유동성이 높고 강력한 '선택권'이 됩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수익률 뿐만 아니라 미래의 선택권도 관리해야 합니다. 시장은 늘 기회를 주지만, 준비된 자만이 잡을 수 있습니다. "혼란이 오면 누구도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필자소개]
인치범 전무는 금융(삼성생명), IT(안랩, 한글과컴퓨터, SK커뮤니케이션즈), 유통(삼성테스코) 등의 분야에서 30년 간 일관되게 기업 커뮤니케이션 업무(PR·IR·ESG·CSR) 책임자로 근무했다. 현재는 케이피아이투자자문에서 투자와 기업 커뮤니케이션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데 힘쓰고 있다. '주식투자성공은 무엇보다 돈을 다루는 올바른 습관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비롯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