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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법원 '심리 지연' 질의에 답 안한다..."답변 요구할 권한 없어"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법원, 헌법재판 주체·당사자 아냐"...4년째 계류 헌법소원 놓고 신경전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헌법재판소.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헌법재판소가 법원의 헌법소원 심리 지연 관련 의견 요청에 별도 답변을 하지 않기로 했다. 헌법재판에 대해 법원이 진행 경과나 지연 사유를 요구할 권한은 없다는 취지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전보성 수석부장판사)가 보낸 헌법재판 진행 경과 및 지연 사유에 관한 의견 요청서를 송달받았지만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기로 했다.

헌재 관계자는 "법원은 해당 헌법재판의 주체도, 당사자도 아니다"라며 "헌재에 일정한 기간을 정해 심리 경과를 제출하라고 요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기존 절차에 따라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며 "법원의 의견 요청이 들어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특히 해당 사건이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기각된 뒤 당사자가 직접 제기한 헌법소원인 이른바 '헌바'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헌바 사건은 법원의 재판을 정지시키는 효력이 없는 만큼, 항소심 재판부가 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었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헌바 사건의 경우 대부분 법원의 재판이 그대로 진행돼 확정까지 이뤄진다"며 "재판을 기다릴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헌재는 법원의 심리 지연이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에 대해 그동안 일관되게 각하 결정을 내려왔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 지연 자체가 재판 절차의 일부인 만큼 별도의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서울중앙지법이 헌재의 심리 지연을 헌법 제107조 제2항상 '부작위 처분'으로 보고 심사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헌법 제107조 제2항은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지가 재판의 전제가 될 경우 법원이 이를 심사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재판에 적용되는 처분의 위헌·위법 여부를 법원이 심사하는 근거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해당 심사 대상에 헌재의 사건 심리 지연을 두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50부는 헌법 제107조 제2항을 근거로 헌재의 장기간 심리 지연이 피고인의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는지 여부에 대한 심리에 착수했다.

해당 사건에서 A씨는 북한에서 구입한 서적과 영상물 등을 통일부 장관 승인 없이 국내로 반입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그는 1심에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되자 남북교류협력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헌법소원 결과가 사건 결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재판을 정지했고, 사건은 현재까지 약 4년간 계류 중인 상태다.

재판부는 지난 12일 헌재에 △심사 진행 단계 및 지연 사유 △주심 재판관과 보고연구관 간 검토 경과 △관계기관 의견조회 여부 △동일 쟁점 사건 현황 파악 여부 등에 대한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재판부는 "모든 국가 권력이 헌법의 구속을 받듯 헌재도 헌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며 "헌재의 심리 지연으로 인해 피고인은 4년간 불확정한 지위에 놓였고,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지적한 바 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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