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의 Aging in Place] 우리 동네와 사귀어 볼까요
[파이낸셜뉴스] 노후 삶의 행복과 만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다. 돈과 건강처럼 늘 빠지지 않는 조사 항목이 있다. 바로 관계다. 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이다. 수많은 연구들은 '관계가 든든해야 노후가 행복하다'고 단언한다.
어릴 때는 잠자고, 일하고, 노는 곳이 제각각이었다. 세계 지도가 필요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행동 반경이 줄어든다. 동네 지도면 충분하다. 잠도, 일도, 취미도 우리 동네에서 해결한다. 생활권이 집 근처로 축소된다. 원정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젊을 때는 학교 동문, 직장 선후배가 소중했는데, 노후에는 우리 동네에서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200명이 넘는 고령자 댁에 낙상 예방을 해오며 관계 약자를 발견하곤 한다. 이들은 비싼 아파트에 살며 신체도 건강하지만 관계에는 취약하다. 집안 곳곳에 화목했던 가족 사진, 단체 모임 액자가 즐비하지만, 실제로는 가족이나 이웃과의 현재 관계가 순탄치 않다. 조력자가 제한적이니 노년에 사적인 지지 체계가 부실하고 불안하다.
30년 넘는 직장 생활, 누구보다 잘 나갔던 남자 어르신은 사회의 치열한 정글 속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힘든 건 숨기고 혼자 풀었다. 늘 능력자로 불렸고 상사나 동료에게 도움 요청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도움 요청에 서툴다. 어쩌면, 도움 요청할 줄을 모른다. 어느덧 은퇴하고 고령 약자가 되었는데, 주변에 도움 요청하는 것이 부끄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관계 연습을 개시하자. 구청 홈페이지에 들른 적이 있는가. 공지사항을 매주 한 번 산책하듯 둘러보자. 파크 골프, 노르딕워킹 강습 같은 건강 커뮤니티를 발견한다. 조회수를 보니, 공통의 호기심을 가진 주민들이 벌써 수 천명이나 다녀갔다. 마을 공동체 지원 공고도 보인다. 주거, 환경, 1인가구 등 우리 동네 문제를 주민이 직접 해결해보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면, 예산을 배정하고 홍보도 적극 도와준다.
매달 갱신되는 평생학습관 프로그램도 반갑다. 인공지능, 스마트폰, 언어, 음악, 미술, 인문학 등 관심사가 같은 이웃들과 배우고 실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기들과 방과 후 차도 마시고 때론 밥도 함께 먹으니, 남녀노소 구분 없이 어느새 친구가 된다. 자발적으로 학습 동아리를 구성하면, 강사 초대 비용과 장소 대관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아파트 홈페이지나 관리사무소도 방문해보자. 2년 임기의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에 지원하고 참여해볼 수 있다. 세대가 공존하는 공동주택 특성상, 은퇴 고령자, 현직 중장년, 젊은 학부모들을 다양하게 만난다. 사심없는 이웃들이 모여서 우리 단지의 낡은 시설 보수, 커뮤니티 프로그램 신설, 구청 지원사업 확보를 위해 애쓴다. 살기 좋은 동네를 우리 손으로 함께 만들어간다. 갈등과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좋은 리더, 그리고 공감과 배려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자, 이제 우리 동네와 사귀어 볼까? 시작은 참여다. 관심있는 주제의 동네 모임을 찾거나 만들어보자. 과정은 성실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꾸준히 지속해보자. 결과는 행복이다. 나를 지지하고 내가 응원하는 관계의 열매가 열린다. 내 삶의 안전망을 스스로 구축하는, 더욱 능동적인 노후 준비가 시작된다. 더 행복한 노후를 바라는가. 우리 동네와 사귀어 보자.
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