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김종훈의 Aging in Place] 우리 동네와 사귀어 볼까요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4년 봄에 삼청동에서 개최된 TEDx 강연 현장. 고령자들을 포함해 Aging in Place 활동가, 인구학자, 예술가, 문화복지단체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미래 방정식을 얘기했다. 사진=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2024년 봄에 삼청동에서 개최된 TEDx 강연 현장. 고령자들을 포함해 Aging in Place 활동가, 인구학자, 예술가, 문화복지단체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초고령사회를 준비하는 미래 방정식을 얘기했다. 사진=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파이낸셜뉴스] 노후 삶의 행복과 만족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많다. 돈과 건강처럼 늘 빠지지 않는 조사 항목이 있다. 바로 관계다. 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이다. 수많은 연구들은 '관계가 든든해야 노후가 행복하다'고 단언한다.

어릴 때는 잠자고, 일하고, 노는 곳이 제각각이었다. 세계 지도가 필요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행동 반경이 줄어든다. 동네 지도면 충분하다. 잠도, 일도, 취미도 우리 동네에서 해결한다. 생활권이 집 근처로 축소된다. 원정 나갈 일이 별로 없다. 젊을 때는 학교 동문, 직장 선후배가 소중했는데, 노후에는 우리 동네에서의 관계가 중요한 이유다.

강남구 Aging in Place 커뮤니티 '우리동네좋은사람들'의 2022년 결성 첫 모임. '고령친화 주거환경 개선' 주민공모 협약사업을 통해서, 동네 어르신들 댁의 낙상 예방을 도왔다. 치매 후견인, 건축가, 사회복지사, 주거복지사, 요양보호사, 일본인 마을공동체 활동지원가 등 강남구에서 살거나 일하는 20~70대의 남녀 11명이 함께 했고, 지금껏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우리동네좋은사람들 제공
강남구 Aging in Place 커뮤니티 '우리동네좋은사람들'의 2022년 결성 첫 모임. '고령친화 주거환경 개선' 주민공모 협약사업을 통해서, 동네 어르신들 댁의 낙상 예방을 도왔다. 치매 후견인, 건축가, 사회복지사, 주거복지사, 요양보호사, 일본인 마을공동체 활동지원가 등 강남구에서 살거나 일하는 20~70대의 남녀 11명이 함께 했고, 지금껏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우리동네좋은사람들 제공

■관계에 취약한 고령 약자(弱者)
저소득 취약계층. 익숙한 단어다. 흔히 한 단어인 양 사용한다. 그런데, 저소득자만 취약할까? 돈이 많으면 약하지 않을까? 우리나라 주거기본법은, 소유한 집의 가격과 무관하게 장애인과 고령자를 주거 약자에 포함한다. 고가의 집에 살아도, '고령이면 약자'일 수 있는 것이다.

200명이 넘는 고령자 댁에 낙상 예방을 해오며 관계 약자를 발견하곤 한다. 이들은 비싼 아파트에 살며 신체도 건강하지만 관계에는 취약하다. 집안 곳곳에 화목했던 가족 사진, 단체 모임 액자가 즐비하지만, 실제로는 가족이나 이웃과의 현재 관계가 순탄치 않다. 조력자가 제한적이니 노년에 사적인 지지 체계가 부실하고 불안하다.

30년 넘는 직장 생활, 누구보다 잘 나갔던 남자 어르신은 사회의 치열한 정글 속에서 자신의 나약함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힘든 건 숨기고 혼자 풀었다. 늘 능력자로 불렸고 상사나 동료에게 도움 요청한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도움 요청에 서툴다. 어쩌면, 도움 요청할 줄을 모른다. 어느덧 은퇴하고 고령 약자가 되었는데, 주변에 도움 요청하는 것이 부끄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전문 건강증진 기관으로, 60세 이상 구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신체 기능 평가와 영양 상담을 거쳐서, 월 4회의 그룹 운동 프로그램과 월 1회의 건강 요리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바로 위층의 치매안심센터와는 치매 진단과 예방 프로그램을 긴밀히 연계 협력한다. 사진=강남구 웰에이징센터 홈페이지 화면.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전문 건강증진 기관으로, 60세 이상 구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신체 기능 평가와 영양 상담을 거쳐서, 월 4회의 그룹 운동 프로그램과 월 1회의 건강 요리 교육에 참여할 수 있다. 바로 위층의 치매안심센터와는 치매 진단과 예방 프로그램을 긴밀히 연계 협력한다. 사진=강남구 웰에이징센터 홈페이지 화면.

■우리 동네에서의 관계, 어떻게 시작해볼까

관계 연습을 개시하자. 구청 홈페이지에 들른 적이 있는가. 공지사항을 매주 한 번 산책하듯 둘러보자. 파크 골프, 노르딕워킹 강습 같은 건강 커뮤니티를 발견한다. 조회수를 보니, 공통의 호기심을 가진 주민들이 벌써 수 천명이나 다녀갔다. 마을 공동체 지원 공고도 보인다. 주거, 환경, 1인가구 등 우리 동네 문제를 주민이 직접 해결해보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면, 예산을 배정하고 홍보도 적극 도와준다.

매달 갱신되는 평생학습관 프로그램도 반갑다. 인공지능, 스마트폰, 언어, 음악, 미술, 인문학 등 관심사가 같은 이웃들과 배우고 실습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동기들과 방과 후 차도 마시고 때론 밥도 함께 먹으니, 남녀노소 구분 없이 어느새 친구가 된다. 자발적으로 학습 동아리를 구성하면, 강사 초대 비용과 장소 대관을 지원해주기도 한다.

아파트 홈페이지나 관리사무소도 방문해보자. 2년 임기의 입주자대표회의 동대표에 지원하고 참여해볼 수 있다. 세대가 공존하는 공동주택 특성상, 은퇴 고령자, 현직 중장년, 젊은 학부모들을 다양하게 만난다. 사심없는 이웃들이 모여서 우리 단지의 낡은 시설 보수, 커뮤니티 프로그램 신설, 구청 지원사업 확보를 위해 애쓴다. 살기 좋은 동네를 우리 손으로 함께 만들어간다. 갈등과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좋은 리더, 그리고 공감과 배려만 있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자, 이제 우리 동네와 사귀어 볼까? 시작은 참여다. 관심있는 주제의 동네 모임을 찾거나 만들어보자. 과정은 성실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꾸준히 지속해보자. 결과는 행복이다. 나를 지지하고 내가 응원하는 관계의 열매가 열린다. 내 삶의 안전망을 스스로 구축하는, 더욱 능동적인 노후 준비가 시작된다. 더 행복한 노후를 바라는가. 우리 동네와 사귀어 보자.

김종훈 쉘위파트너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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