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혁 잘못 아니다, 모두 내 탓"… 참사 수습하고 팀부터 챙긴 김승규의 '눈물' [2026 월드컵]
어이없는 충돌 실점… "내 집중력 부족" 모든 탓 돌린 수호신
라커룸의 품격… 자책하는 후배 이기혁 안아주며 "빨리 잊자" 다독여
시선은 이미 3차전으로… "남아공 조직력 강하지만 32강 자력 진출은 우리 몫"
[파이낸셜뉴스] 모두가 탄식을 내뱉은 치명적인 실수였다. 쏟아지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남 탓을 할 법도 한 억울한 상황.
하지만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든든한 최후방 보루, 수문장 김승규(FC도쿄)는 변명 대신 모든 짐을 자신의 양어깨에 짊어졌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1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에서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분패했다. 전반 내내 4만 관중의 일방적인 야유를 이겨내며 무실점으로 버텼으나, 후반 5분 터진 단 한 번의 불운이 발목을 잡았다.
수비 지역으로 높게 뜬 공을 향해 김승규가 과감하게 전진했고, 낙구 지점을 포착하던 수비수 이기혁과 거칠게 충돌하며 공을 떨어뜨렸다. 이 틈을 놓치지 않은 루이스 로모가 빈 골문에 공을 밀어 넣으며 승부가 갈렸다. 경기 내내 눈부신 선방을 보여주던 두 선수의 호흡이 찰나의 순간 어긋나며 빚어진 뼈아픈 참사였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낸 김승규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의 입술을 뚫고 나온 첫마디는 온전한 '내 탓'이었다.
김승규는 "우리 팀 선수밖에 없다고 판단해 안전하게 잡아내려 나갔는데 결과적으로 엉키고 말았다"며 "골키퍼라는 자리는 아무리 경기를 잘 치러도, 단 한 번의 실점이면 모든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포지션이다. 내가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이런 결과가 나왔다"며 고개를 숙였다.
더욱 시선을 끈 것은 그라운드 밖에서 보여준 최고참의 품격이었다. 자칫 멘털이 무너질 수 있는 후배 이기혁을 가장 먼저 챙긴 것은 다름 아닌 김승규였다. 실점 후 이어진 브레이크 타임, 김승규는 고개 숙인 이기혁을 말없이 꽉 안아주며 위로를 건넸다.
"경기는 아직 안 끝났다. 지나간 실수는 빨리 잊고 결과만 좋게 만들면 된다. 우리가 뒤에서 악착같이 버텨줄 테니, 위에서 하나만 해결해 달라고 다독였습니다."
패배의 후유증은 크지만, 좌절할 시간은 없다. 한국은 1승 1패(승점 3)를 기록, 오는 25일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32강 티켓을 둔 운명의 한 판을 벌인다.
김승규의 시선은 이미 결전의 땅 몬테레이를 향해 있다. 체코와 1-1 무승부를 기록한 남아공의 전력을 유심히 지켜봤다는 그는 "개인 기술은 물론, 체코보다 오히려 팀 조직력이 훨씬 단단하게 갖춰진 팀"이라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캡틴 못지않은 단단한 결의를 다졌다.
"선수들끼리 라커룸에서 '절대 분위기 처지지 말자'고 결의를 다졌습니다. 여전히 우리가 유리한 고지에 있고, 자력으로 32강 진출을 이뤄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오늘의 쓰라린 패배를 약으로 삼아 팀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로 만들겠습니다. "
가장 뼈아픈 순간, 가장 빛나는 품격을 보여준 수호신. 김승규의 장갑은 이미 남아공의 파상공세를 막아낼 단단한 준비를 마쳤다.
비록 뼈아픈 실수를 했다. 하지만 김승규는 지난 경기에 이어 이날도 무려 2개의 슈퍼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최후방을 든든하게 지켰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