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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는 패배다, 다만 예능 수비? 무전술? 냉정하게 보자... 한국 축구에 희망을 갖는 이유 [2026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비판받던 스리백의 반전… 이한범·김민재 철벽에 '완벽 삭제'된 멕시코 주포들
노골적 홈콜·고지대 뚫어낸 '원팀'… "내 실수다" 김승규·"내가 넣었어야" 조규성의자책
후반 공격수만 5명 투입한 과감한 전술도 빛나
멕시코 홈에서 역대 멕시코전 중 가장 좋은 경기
결과는 0-1 석패, 내용은 진화… 남아공전 충분히 이길 수 있어

1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골키퍼 김승규가 멕시코에 선제골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뉴시스
1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골키퍼 김승규가 멕시코에 선제골을 허용한 후 아쉬워하고 있다.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냉정하게 바라보자. 진 건 진 거다. 큰 경기에서는 집중력 결여와 단 한 번의 실수도 결국 실력의 일부다. 팬들의 비판도 정당하다.

월드컵은 결과가 전부다. 과정을 위한 무대도 아니고, 태극전사들과 홍명보 감독은 오롯이 결과 하나로 팬들을 설득해야한다.

그것에 실패했기 때문에 쏟아지는 비판은 그들이 감내해야할 몫이다. 뼈아픈 패배를 핑계로 포장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것하나만은 분명히하자.

스코어보드에 찍힌 '0-1'이라는 숫자 하나로, 태극전사들이 90분 내내 쏟아부은 경기력과 땀방울마저 폄훼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과정과 내용을 뜯어보면 이번 멕시코전은 역대 월드컵 원정 경기 중 가장 대등했던 경기였다. 최고의 경기는 아닐지언정, 과정만 보면 비판받을 만한 경기력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이영표 위원 또한 "실수 한번 빼고는 우리가 모두 멕시코보다 나았다"라고 말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대회 전부터 끊임없이 물음표가 붙었던 '스리백'의 완벽한 안착이다.

이날 멕시코가 자랑하는 최전방 스리톱 훌리안 키뇨네스, 라울 히메네스, 로베르토 알바라도는 한국 수비진에 막혀 경기 내내 이렇다 할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2002년생 이한범은 키뇨네스를 공중과 바닥에서 완벽하게 통제하며 지워버렸고, 김민재의 존재감은 여전히 '괴물' 그 자체였다.

후반 5분 내준 어이없는 실점은 분명한 수비진의 콜 플레이 미스와 집중력 저하가 부른 참사였을 뿐, 결코 멕시코 공격진에 완전히 붕괴되어 내준 실력이 아니었다.

1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손흥민이 교체되고 있다.뉴시스
1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손흥민이 교체되고 있다.뉴시스

공격 전개와 중원 장악력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을 지언정 최악은 절대 아니었다.

이강인을 필두로 한 전방 압박은 매서웠고, 비록 오프사이드에 여러 차례 걸리긴 했지만 손흥민의 날카로운 배후 침투는 멕시코 수비진이 감히 하프라인 위로 올라오지 못하게 만드는 강력한 억지력이었다.

특히 전반 막판 점유율을 역전시키며 보여준 유려한 후방 빌드업과 '티키타카'는 과거 월드컵 무대에서 우리가 뻥 축구에 의존하던 모습과는 다른, 한국 축구의 명백한 진화였다. 황인범과 이강인이 지휘하는 중원은 16강 그 이상을 바라봐도 손색이 없었다.

치명적인 실수를 범한 골키퍼 김승규 역시 무작정 비난할 수 없다.

우리는 과거 월드컵마다 골키퍼의 불안정성 때문에 숱한 골머리를 앓아왔다. 하지만 김승규는 이번 대회에서 벌써 4개가 넘는 엄청난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며 골문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실수로 한 골을 내줬지만, 그 이상의 몫을 완벽하게 해내고 있는 우리의 확고한 넘버원 수문장이다.

1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슛을 하고 있다.뉴시스
18일(현지 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에서 한국 손흥민이 슛을 하고 있다.뉴시스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 홍명보 감독의 전술적 승부수도 인상적이었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상정하고 전술을 짜는 감독은 없다.

하지만 첫 실점을 허용하자 동점골을 위해 양쪽 윙백(설영우, 김문환)을 빼고 엄지성과 양현준이라는 공격수를 투입하고, 흥분해 경고를 안고 있던 백승호를 조규성으로 교체하는 등 무려 5명의 공격 자원을 쏟아부은 결단은 훌륭했다.

교체 투입된 엄지성의 저돌적인 1대1 돌파와, 골키퍼의 미친 선방에 막혔지만 이날 유일하고도 가장 치명적이었던 조규성의 헤더 더블 세이브 장면은 홍 감독의 용병술이 적중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만 오현규의 몸이 예상보다 무거웠던 점을 감안하면, 손흥민을 조금 일찍 뺀 것은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 팀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 진짜 이유는 선수들이 보여준 단단한 '정신력'이다. 우루과이 출신 구스타보 테헤라 주심의 노골적인 홈콜과 이강인을 향한 거친 파울, 4만 관중의 일방적인 야유, 악명 높은 고지대의 압박 속에서도 선수들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조규성이 헤딩슛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멕시코 사포판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2차전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 한국 조규성이 헤딩슛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어이없는 실점 직후에도 누구 하나 남 탓을 하지 않았다. 최고참 김승규는 "모두 내 집중력 부족 탓"이라며 멘털이 나갈 뻔한 이기혁을 꼭 안아주었고, 조규성은 "내가 그 찬스를 무조건 살렸어야 했다"며 자책했다.

이강인 역시 패배 직후 곧바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며 앞을 내다봤다. 완벽한 '원팀'의 케미스트리가 뿜어져 나오는 대목이다.

어차피 멕시코전 패배는 우리가 대회 전부터 어느 정도 상정해 두었던 '경우의 수' 중 하나다.

단지 경기력이 예상보다 너무 대등했기에 이 한 번의 꼬임이 뼈에 사무치게 아쉬울 뿐이다.

경기 지켜보는 홍명보 감독.연합뉴스
경기 지켜보는 홍명보 감독.연합뉴스

실망할 이유가 전혀 없다. 다가오는 최종전 상대 남아공은 A조 최약체로 꼽히며, 핵심 선수들마저 카드 징계로 결장한다.

지금 홍명보호가 보여주고 있는 끈끈한 조직력과 진화한 경기력이라면 남아공을 꺾고 16강으로 향하는 길은 충분히 열려 있다. 고개 숙일 필요가 전혀 없다.

여전히 홍명보호의 32강 진출 확률은 80% 이상이다. 그들의 월드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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