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농산물 유통 컨트롤타워 뜨나… 위성곤 인수위, 공사 설립 논의 본격화
18일 수급관리연합회 현장 간담회
물류 통합·거점 물류센터 건의
IQF 등 반가공 전환 필요성 제기
제주형 자조금 한도 상향 요청
"농가소득 안정 과제 반영 검토"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 농산물의 수급 불안과 높은 물류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유통 전담기구 설립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생산은 제주에서 이뤄지지만 소비지는 도외에 집중되는 섬 지역 농업 구조에서 산지 조직화와 물류 혁신이 농가소득 안정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19일 제40대 제주특별자치도지사직 인수위원회에 따르면 18일 인수위는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 사무실을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열고 위성곤 제주도지사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가칭 '제주농산물유통공사' 설립과 농산물 수급 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이번 간담회에는 강성근 도지사직 인수위원과 인수위 혁신경제분과 관계자, 강동만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장, 현기창 월동무연합회장, 이영환 브로콜리연합회장, 오창룡 양파생산자협회 제주도지부장, 강경택 마늘생산자협회 제주지부장, 고광덕 수급관리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제주농산물유통공사 구상은 생산부터 유통, 물류, 수급 조절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전담 컨트롤타워를 만들겠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제주 농업은 월동무와 당근, 양파, 마늘, 브로콜리, 감귤 등 품목별 생산 비중이 크지만, 과잉생산과 가격 폭락이 반복되면 농가가 직접 피해를 떠안는 구조다.
특히 제주 농산물은 해상물류를 거쳐야 한다. 산지에서 소비지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운송비와 선적·하역 비용, 저장·선별 비용이 더해진다. 같은 농산물이라도 육지부 산지보다 물류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제주 농업의 경쟁력은 생산 단계만이 아니라 유통과 물류 구조를 얼마나 효율화하느냐에 달려 있다.
위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제주 농산물의 수급 불안과 과도한 물류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산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총괄하는 전담기구 설립을 공약했다. 농가가 제값을 받고, 소비지 시장 변화에 더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통구조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농업 현장에서는 공사 설립과 함께 기존 생산자 조직과의 연계가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강동만 제주농산물수급관리연합회장은 "1차산업 이해도가 높은 위성곤 당선인에 대한 농업 현장의 기대가 크다"며 "공사가 유통 전담기구로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급관리연합회와의 유기적 연계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를 위해 연합회의 조직화와 기능 강화를 위한 행정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사를 새로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품목별 생산자 조직과 현장 수급관리 체계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간담회에서는 물류 통합과 거점 물류센터 구축 필요성이 제기됐다. 품목별·농가별로 흩어진 물류를 통합하면 운송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거점 물류센터는 선별, 저장, 포장, 출하 조절 기능을 묶어 시장 상황에 맞게 출하 시기를 조정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원물 중심 유통에서 반가공 식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IQF, 즉 개별급속냉동 방식 등 반가공 식품 전환을 건의했다. IQF는 농산물을 낱개 단위로 빠르게 얼려 품질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과잉생산 때 원물을 한꺼번에 시장에 내보내 가격을 떨어뜨리는 대신, 가공·저장해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 수 있다.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과잉생산에 대비한 예산 비축도 논의됐다. 제주 농산물은 기상과 재배면적, 소비지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크다. 사후 대응만으로는 농가 피해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에 수급 불안이 발생하기 전부터 선제적으로 대응할 재원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제주형 자조금 한도 상향도 건의됐다. 현재 40억원 수준의 한도를 높여 품목별 생산자단체가 수급 조절과 소비 촉진, 홍보, 시장 개척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자조금은 생산자 스스로 시장 대응력을 키우는 장치라는 점에서 산지 조직화와 맞닿아 있다.
스마트농업 지원 확대 요구도 나왔다. 생산량 예측과 품질 관리, 출하 조절을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농업 전환이 필요하다. 재배면적, 생육 상황, 기상 정보, 시장 가격 흐름을 함께 분석해야 과잉생산을 줄이고 출하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인수위는 현장에서 제기된 수급관리연합회 활성화, 생산자 조직화, 물류비 절감 대책 등을 새 도정 과제에 반영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농산물유통공사 설립 논의도 현장 의견을 토대로 기능과 역할, 기존 조직과의 관계를 구체화하는 단계로 이어질 전망이다.
관건은 공사의 역할 설정이다. 단순히 또 하나의 공공기관을 만드는 방식이라면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생산자 조직과 농협, 행정, 물류업계, 가공업체, 소비지 유통망을 어떻게 연결할지, 품목별 수급 조절 권한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지가 핵심이다.
재원과 운영 효율성도 과제다. 물류센터 구축, 반가공 시설 확대, 수급 안정 재원 마련에는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공사가 유통시장에 직접 개입할 경우 민간 유통망과의 역할 분담도 정리해야 한다. 현장에서는 공공성과 전문성을 함께 갖춘 실행 모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 농업의 미래는 생산량 확대만으로 풀기 어렵다. 가격을 안정시키고 물류비를 낮추며, 원물 판매를 넘어 가공·저장·브랜드화로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제주농산물유통공사 논의가 농가소득 안정으로 이어지려면 현장 생산자 조직을 중심에 둔 유통 혁신 설계가 필요하다.
인수위 측은 "제기된 수급관리연합회 활성화와 생산자 조직화, 물류비 절감 대책 등을 새 도정 과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