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색 머리 맘에 안 들어" 0-1 뼈아픈 패배 뒤에 숨겨진 이강인-아기레의 얄궂은 츤데레
적장도 혀 내두른 팽팽한 전술전… "한국, 단 한 번의 실수 빼고는 완벽했다"
마요르카 은사의 얄궂은 츤데레… "이강인 염색 맘에 안 들어, 그래도 자랑스럽다"
아기레가 바라본 남아공전… "승점 유리한 한국 vs 탈락 위기 남아공의 사투 될 것"
[파이낸셜뉴스] 승부의 세계는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냉혹하지만, 그라운드 위에는 언제나 사람의 향기가 피어오른다. 피 말리는 90분의 혈투가 끝난 과달라하라 스타디움. 0-1이라는 뼈아픈 결과표 앞에서도 축구 팬들의 입가에 묘한 미소를 번지게 만든 장면이 있었다. 바로 멕시코의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과 대한민국 '막내형' 이강인(PSG)의 얄궂은 재회였다.
아기레 감독이 이끄는 멕시코는 19일(한국시간)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후반 5분 터진 루이스 로모의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한국을 1-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멕시코는 2연승(승점 6)을 내달리며 가뿐하게 32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장에 들어선 아기레 감독의 표정에는 여유와 만족감이 흘렀다. 하지만 그가 내놓은 한국전에 대한 평가는 꽤 묵직하고 냉정했다.
아기레 감독은 "1차전 남아공전 때와 달리 우리 선수들이 침착하게 주도권을 쥐고 플레이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홍명보호의 단단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는 "오늘 경기는 굉장히 수준 높은 전술전이었다. 한국은 전술적으로 상대하기 매우 까다로운 팀이었고, 경기 내내 실수가 거의 없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결국 그 팽팽한 균형을 깬 것은 단 한 번의 실수였다. 그 틈이 패배로 이어졌을 뿐"이라며 한국 수비진의 찰나의 엇갈림이 승부를 갈랐음을 명확히 짚었다.
이날 경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사제지간'의 맞대결이었다. 아기레 감독은 과거 스페인 라리가 마요르카 시절, 이강인의 잠재력을 만개시킨 든든한 은사다. 경기 도중 터치라인 부근에서 두 사람이 짧은 대화를 나누며 씩 웃는 장면이 중계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서 이강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백전노장 아기레 감독의 눈빛이 금세 따뜻해졌다. 그는 특유의 유쾌한 입담으로 애정 섞인 농담을 던졌다.
"이강인 선수가 참 자랑스럽다. 마요르카 시절엔 우리 집에서 묵고 가기도 할 만큼 각별했다. 경기장에서는 제가 장난으로 '내 근처로 오지 마라, 걷어차 버릴 거다'라고 으름장을 놨다. 아, 머리를 노랗게 염색했던데 그건 영 마음에 안 든다(웃음)"
유쾌한 농담으로 옛 제자를 향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아기레 감독은, 이내 냉정한 승부사의 얼굴로 돌아와 한국의 3차전을 전망했다.
그는 16강 진출의 명운이 걸린 한국과 남아공의 맞대결에 대해 "두 팀 모두 토너먼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과 상황이 주어졌다"며 "승점에서 앞서 있는 한국이 확실한 어드밴티지를 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남아공은 지면 곧바로 짐을 싸야 하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들의 동기부여와 독기가 엄청날 것"이라며 홍명보호에 뼈 있는 경계령을 띄웠다.
적장마저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홍명보호의 단단한 전술 수행 능력, 그리고 옛 스승의 따뜻한 응원. 이제 태극전사들은 과달라하라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결전의 땅 몬테레이에서 남아공을 상대로 진짜 실력을 증명할 시간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