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역대급 경제호항 착시 아냐"..24년만에 GDP성장률 두자리 초과할듯
명품소비, 부동산 광풍 도래에 대한 우려감 표출
[파이낸셜뉴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지난 2002년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같은 역대급 경제호황 자금이 부동산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국경제의 장기 성장이 가능하다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명목 10% 후반 경제의 환희, 낯섦, 그리고 두려움'이라는 제목의 장문의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올해 한국 경제의 명목 GDP 성장률이 두 자릿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명목 성장률이 마지막으로 10%대를 기록했던 것은 한일월드컵 열기로 온 나라가 들썩였던 2002년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환호할 일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무겁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는 오랫동안 낮은 한 자릿수 명목 성장에 익숙해져 있었다. 2010년대 평균 5.0%, 2020~25년 평균 4.7%. 기업도, 정부도, 가계도 모두 이 속도에 맞춰 살아왔다. 금리도, 임금도, 부채도. 우리는 어느새 저성장의 리듬에 몸을 맞추며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짜 돈이 들어오는 환희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호황은 착시가 아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폭발이 반도체 수요를 끌어올렸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폭증했다. 코스피 9000p를 넘어섰고,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 규모로 달러가 실제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법인세 수입은 급증하여 재정 여유가 생겼고, 국가채무비율은 다시 50% 아래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도 당초 예상했던 2028년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달성이 가능해졌다고 내다봤다.
그는 "10% 후반의 명목 성장률이라는 게 어떤 느낌인지 우리는 잊은 지 오래다. 1980년대 평균 17.9%, 1990년대 평균 13.8%의 세상. 그 시절을 경험한 세대도 기억이 희미해졌고, MZ세대에게는 아예 한 번도 살아보지 못한 세상"이라며 더 낯선 것은 이 호황의 근원이라고 설명했다.
경제 호황은 반도체와 인공지능 관련 섹터가 만들어낸 숫자라고 전했다. 1980~90년대의 고성장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성격은 다르다고 평가했다.
김 실장은 "그 시절의 명목 성장이 국내 물가 상승의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의 명목 성장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과 기업 수익성 개선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래서 이번 호황은 더 진짜인데, 더 낯설다"고 말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10%를 넘겼지만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에 머물고 있다. 거시지표는 뜨겁지만 자영업자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차갑다고 평가했다.
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폭증하는데 동네 상가는 공실을 걱정한다.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향하는데 폐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면서 "게다가 반도체 수출 급증에 따른 증시 상승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리밸런싱을 자극하면서, 과거의 상식과는 반대로 원화 약세를 가져오는 역설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수입물가와 국내 물가 압력을 높이고, 내수기업들의 채산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실장은 "나라 전체의 평균은 좋아지고 있지만 그 평균이 모든 사람의 현실을 설명해주지는 못한다. 평균은 좋아지는데 중간은 흔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시차를 두고 밀려오는 압력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했다.
올 1분기 실질 GDP는 3.8% 늘었지만 실질 GDI(국내총소득)는 13.2%로 배 이상으로 늘었다. 우리가 만든 것을 팔아서 살 수 있는 양이라고 했다. 두 숫자의 격차는 9.4%포인트다. 지난 25년간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크기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GDP와 GDI는 보통 거의 같이 움직이며, 만든 만큼 살 수 있는 게 정상이라고 김 실장은 설명했다.
김 실장은 "그런데 지금은 똑같이 일했는데 살 수 있는 것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반도체 가격이 너무 올라서, 우리가 파는 것의 가격이 우리가 사는 것의 가격보다 훨씬 비싸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숫자가 무서운 이유는 이미 확정된 구매력이며, 아직 전체가 풀리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1분기 통계는 이미 예고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가계와 기업의 손에 들어올 돈이 통계가 보여주는 것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반기가 되면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상반기 실적이 확정되고 성과급 규모가 가시화되면 사람들 마음속에 조금씩 확신이 자리 잡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는 정말 다르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명품 소비가 살아나고 선호지역의 부동산 매수 심리도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실장은 연말과 내년 초가 진짜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성과급이 실제로 지급되고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고 수출 대금이 국내로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행동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호황을 선반영했던 주식시장도 어느 정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것이다. 그리고 쌓여 있던 무역흑자가 국내로 환수되면서 원화가 안정을 되찾기 시작하면, 그동안 관망하던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금 아니면 늦을 수 있다는 조급함도 더 넓게, 더 멀리 퍼져나간다고 했다.
김 실장은 "과거를 돌아보면, 이런 돈은 결국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경향을 반복해왔다"고 우려했다.
이같은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부동산 과세를 정상화하고 보유세와 양도세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세금을 내고도 남는 장사라는 확신이 생기면 어지간한 규제로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금리가 오르면 반도체 성과급을 받은 사람보다 호황을 체감하지 못한 자영업자와 취약차주,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먼저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호황의 과실은 위로 향하고, 긴축의 고통은 아래로 향한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반도체가 벌어온 국부가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흡수되고 성장의 과실이 소수에게만 집중된다면 이번 호황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반대로 재정 여력과 기업 이익을 청년과 취약계층, 미래 산업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이번 호황은 한국 경제가 오랫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저성장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