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美 관세 회피 단속 전방위 강화…무협 "행정제재 넘어 민·형사 리스크까지 대비해야"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지난 3일 통관집행 강화 행정명령 서명
기존 행정제재에 FCA 민사소송·형사기소 병행

한국무역협회 제공.
한국무역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 행정부가 고율 관세를 피하려는 행위에 행정제재뿐 아니라 민사소송과 형사기소까지 동원해 단속하고 있어 국내 수출기업의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행정조사 중심이던 기존 집행 방식이 민·형사 절차를 아우르는 복합 구조로 바뀌면서 기업이 떠안는 법적 리스크도 한층 커졌다는 지적이다.

2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미(美) 관세회피 대응 강화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 세계를 상대로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동시에 관세회피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수입자 요건 강화, 정보공개 의무 확대, 제재 강화 등을 골자로 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에 따라 국토안보부와 세관국경보호청(CBP)은 관련 규정과 지침을 정비하고, 45일 안에 관세 집행 강화를 위한 입법 권고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미 법무부도 무역사기를 단속 핵심 분야로 지정하고, 국토안보부와 함께 '무역사기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TF는 CBP,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 협력하며 공조 체계를 갖췄다. 보고서는 "기존의 행정조사 중심에서 민사소송과 형사기소를 병행하는 방향으로 집행체계가 확충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관세회피 행위는 주로 CBP가 관세법 제592조와 반덤핑·상계관세 회피에 대응하는 '집행 및 보호법(EAPA)'에 근거해 행정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다뤄져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여기에 더해 허위청구법(FCA)에 따른 민사소송과 검찰 형사기소까지 함께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FCA 민사소송의 경우,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관세회피 사건 8건이 합의로 종결됐으며 합의금은 최대 수억달러 규모에 이른다. 이 중 알루미늄 압출재 수입업체 퍼펙터스 알루미늄 사건은 합의금이 5억4950만달러로, 무역 관련 FCA 사건 중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FCA 소송은 정부뿐 아니라 전·현직 임직원, 경쟁사, 업계단체 등 민간 내부고발자가 정부를 대신해 제기할 수 있고, 승소나 합의 시 회수액의 15~30%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텅스텐 카바이드 수입업체 세라티지트 사건에서는 합의금 5440만달러 중 17.9%인 975만달러가 내부고발자 보상금으로 지급됐다.

형사 집행 측면에서도 법무부 형사국이 무역사기 대응 TF에 참여하면서 수사 범위가 넓어졌다. 단순 관세법 위반을 넘어 사기와 통신사기 공모, 허위진술, 밀수 등 여러 혐의가 동시에 적용돼 해외 기업뿐 아니라 관련 임직원 개인도 수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다만 자진신고와 조사 협조가 이뤄진 경우 기업에 대한 형사기소가 유예되거나 제재 수준이 낮아지는 사례도 있다.

올해도 관세 집행 강화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무역법(IEEPA) 위반 판결에 따른 관세 환급으로 당초 기대한 세수 확보가 부족해서다. 고율 관세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기존 중국산 중심이던 단속 대상이 다른 국가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이유진 무협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관세회피 단속이 원산지 허위신고나 품목 오분류뿐 아니라 관세면제 적용, 이전가격 등 과세가격 산정 방식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은 평상시 품목분류·원산지·과세가격 등 주요 신고사항에 대한 내부 점검 체계를 마련하고, 오류가 발견되면 사실관계 확인과 시정조치, 미납 관세 납부 등을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CBP의 공식 조사 전에 위반 가능성을 발견했다면 사전공개를 통해 벌금 부담을 낮추고 민·형사 절차로 확대될 가능성을 낮추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기자 정보

#미국 행정부 #고율 관세 #관세회피 #행정제재 #법적 리스크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