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은 '집관'하는데 심판이 역사를 썼다?… 중국 축구의 눈물겨운 '정신 승리'
본선 진출 실패한 중국, 마닝 주심 등 3명 조별리그 투입에 '대흥분'
"20년 만의 쾌거이자 FIFA 엘리트 진입의 증거" 황당한 자화자찬 눈길
[파이낸셜뉴스] 축구공 대신 호루라기로 위안을 삼는 씁쓸하고도 기묘한 풍경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무대 구경조차 하지 못하고 쓸쓸히 퇴장한 중국 축구가, 자국 심판진의 그라운드 배정을 두고 눈물겨운 '정신 승리'를 시전하고 나섰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 현지 매체들은 21일 "중국 심판들이 마침내 월드컵 무대의 중심에 섰다"며 대대적인 찬사를 쏟아냈다. 영광의 주인공은 마닝 주심을 필두로 한 저우페이 부심, 그리고 비디오판독(VAR)을 담당한 푸밍 심판이다. 이들 3인방은 이날 미국 캔자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콰도르와 퀴라소의 조별리그 E조 맞대결(0-0 무승부)에 나란히 투입돼 경기를 조율했다. 특유의 엄격한 판정을 앞세운 마닝 주심은 퀴라소에 5장, 에콰도르에 1장의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언론이 이토록 자국 심판진의 행보에 열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자국 국가대표팀이 아시아 3차 예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처참하게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뛰지 못하는 남의 잔치에 심판이라도 초대받은 것을 두고 억지스러운 대리 만족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물론 짚고 넘어갈 만한 상징성은 있다. 중국 국적의 주심이 월드컵 본선에서 호루라기를 분 것은, 공교롭게도 중국 대표팀이 역대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던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무려 20여 년 만이다. 여기에 저우페이와 푸밍 역시 중국인 최초의 월드컵 부심, 최초의 VAR 심판이라는 개인적인 영예를 안았다.
하지만 중국 매체들의 의미 부여는 도를 넘어선 수준이다. 피에를루이지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이 이번 대회 심판진을 "세계 최고"라고 치켜세우자, 신화통신은 한술 더 떠 "이번 심판 배정이야말로 중국 축구가 FIFA의 엘리트 시스템 한가운데로 깊숙이 진입했다는 강력한 증거"라며 노골적인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지난 카타르 대회 대기심을 거쳐 2024년 아시안컵 결승전 등 굵직한 무대를 소화해 낸 마닝 주심의 역량 자체는 아시아 톱클래스로 인정받을 만하다. 그러나 선수들의 빈약한 실력과 붕괴된 시스템을 심판진의 성과로 덧칠하며 '엘리트 축구'를 운운하는 중국 매체들의 과장된 촌극은, 월드컵 진출 실패라는 뼈아픈 현실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씁쓸한 뒷맛만 남기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