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지방선거에서도… 선관위, 1만명 참정권 무시했다
오투입·오구분 투표지 1만55매
이 가운데 유효표 9709매 달해
원인 규명·검증강화 필요한 문제
개선노력 없이 되레 절차 간소화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기로 투·개표 절차 전반에 대한 검증 요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직전 지방선거인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개표 과정에서 잘못 투입되거나 잘못 구분된 투표지가 1만장을 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선관위 공직선거 절차사무 개선 태스크포스(TF) 논의 과정에서 작성된 연구보고서에는 오투입·오분류 투표지의 발생 원인 규명이나 검증 강화보다 관련 기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이 제시된 것으로 나타났다.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는' 행정편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21일 파이낸셜뉴스가 김민전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중앙선관위로부터 입수한 '공직선거 절차사무 개선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제8회 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에서 발생한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는 총 1만55매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유효투표지는 9707매, 무효투표지는 348매였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611매로 가장 많았고 경기 1583매, 부산 1086매, 경남 815매, 인천 640매, 경북 592매, 대구 588매, 전남 585매 등 순이었다.
통상 개표 절차에서 다른 선거·선거구의 투표지가 발견되면 이를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 봉투에 넣어 보관한 뒤 일괄 개표하고, 개표상황표를 작성해 입력·보고하도록 돼 있다. 봉투 겉면에는 선거명과 선거구명,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 매수를 기재하고 해당 투표지가 발견된 투표함 정보 등을 적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실제 개표 현장에서 이 같은 절차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제8회 지방선거의 경우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가 대량으로 발생했다"면서도 "개표소 바닥에 떨어진 투표지 등의 경우 발견된 투표함을 찾기가 어려워 봉투에 있는 기재사항을 정확하게 작성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투입봉투에 선거명과 선거구명, 매수 등 과도한 기재사항으로 인해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 봉투가 대량으로 발생할 경우 개표 지연 사례가 발생한다"며 "봉투 안의 투표지 매수와 봉투 겉면에 기재된 매수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 처리 간소화 방안'을 개선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동시지방선거 개표 시 잘못 투입·구분된 투표지가 다량으로 발생하는 현실을 감안해 발견된 투표함 및 선거명·선거구명 등의 기재는 생략하고 책임사무원 또는 직원의 서명과 투표지 매수만 기재하도록 간소화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9일 선관위 자체 조사 결과 전국 9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 7194장이 부족했던 것으로 집계되면서 투·개표 절차 전반에 대한 검증 요구가 커지고 있다. 당시 용지 부족으로 투표가 중단된 곳만 26곳에 달했으며, 중단 시간도 최소 4분에서 최대 105분까지 벌어졌다. 이후 개표 과정에서는 잔여 투표용지 봉투 개봉, 오투입·오분류 투표지 발견, 투표용지 교부 매수와 투표자 수 불일치 등 각종 논란이 잇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선관위가 대규모 오투입·오분류 사례를 확인했음에도 발생 원인 분석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보다는 관련 기록을 축소하는 방향의 개선안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선거 절차의 정확성과 사후 검증보다 업무 효율성과 행정 편의를 우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바뀐 기록 체계로는 오투입 투표지가 어디서 발생했고 어떤 경로로 섞였는지 추적할 수 없다. 개선안 도입 시 사후 검증에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오투입·오분류 투표지가 대규모로 발생했는데도 관련 기록을 줄이자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며 선거공영제 및 헌법기관으로 규정된 선관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이 같은 주장 자체가 선관위 개혁의 필요성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