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전쟁 끝났는데 기름값은 그대로…환율·공급망 비용에 발목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호르무즈 해협 통항 정상화 지연
기름값 하락 체감까지 시간 필요

지난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합의로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여전히 리터당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고환율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공급망 전반에 누적된 비용 부담이 맞물리면서 국제유가 하락 효과가 소비자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8.71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18일 처음 2000원선을 넘어선 이후 65일 연속 20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경유 가격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날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2003.36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24일부터 59일째 2000원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와 경유 모두 지난달 각각 리터당 2011.9원, 2006.41원으로 고점을 기록한 이후 소폭 하락했지만 국제유가 하락 폭과 비교하면 체감 인하 수준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실제 중동 지역 무력 충돌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제 원유 가격은 전쟁 직후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미국과 이란이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량은 아직 정상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상선은 50척 수준으로 늘었지만 여전히 평년 평균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중동 지역 긴장감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기름값 하락을 제한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원화 기준 수입 원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이달 평균 원·달러 환율은 1528.55원으로 전월 평균 대비 37.16원 상승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편 업계에서는 국내 최고가격제의 후행 효과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제유가 급등기 정부의 가격 통제로 판매가격 인상이 제한되면서 정유·유통업계 전반에 비용 부담이 누적됐고 유가 하락 국면에서 이를 일부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까지 최고가격제로 인해 발생한 인상 억제분은 휘발유 약 200원, 경유 약 300원, 등유 약 400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moving@fnnews.com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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