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정치

스타머 이어 멜로니까지...트럼프, 유럽 동맹 정조준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17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17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앞줄 가운데) 등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단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을 잇달아 공개 비판하며 대서양 동맹에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때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유럽 지도자로 꼽혔던 정상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유럽의 적극적인 군사 지원을 얻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도 지난주 유럽 주둔 미군을 6개월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며 동맹국들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트럼프 속삭임꾼'도 공격 대상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키어 스타머는 영국 총리직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스타머 총리의 정책 실패를 사임 이유로 지목했다. 그는 "스타머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인 이민과 에너지 정책에서 처참하게 실패했다"며 "북해 유전 개발을 재개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영국 정부가 북해 신규 석유·가스 탐사 허가를 중단한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압박해 왔다. 풍력발전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에너지 안보를 해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스타머 총리는 한때 트럼프 대통령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며 '트럼프 속삭임꾼(Trump whisperer)'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영국 총리실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총리실 대변인은 CNN에 스타머 총리가 지난 20일 밝힌 입장을 재확인하며 "아직 해야 할 일이 많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친(親)트럼프 유럽 지도자로 꼽혔던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과 정면 충돌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트루스소셜을 통해 멜로니 총리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자신과 사진을 찍기 위해 "거듭 애원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탈리아가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에 자국 공군기지 사용을 허용하지 않은 점을 거론하며 "인기가 떨어지자 다시 친구가 되려 한다"고 비난했다.

멜로니 총리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완전히 지어낸 이야기"라고 일축한 뒤 "당신과 친구라는 사실이 내 인기에 도움이 된 적은 없다"며 "내 지지율보다 당신 자신의 인기를 걱정하라"고 맞받았다.

이란전이 갈라놓은 미·유럽

미국은 이란과의 전쟁 초기 유럽 내 공군기지 사용을 요청했다. 미국의 대이란 공습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령 디에고가르시아 기지와 페어퍼드 공군기지 사용을 요청했지만 스타머 총리는 처음에는 이를 거부했다. 이후 이란의 보복 공격이 확대되자 영국은 방어 목적에 한해 미국의 기지 사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이탈리아 역시 시칠리아 기지를 활용한 미군의 작전 지원을 사실상 제한하며 미국과 거리를 뒀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지난 3월 호르무즈 해협 개방과 상선 호위를 위해 유럽 동맹국들의 군사적 지원을 공개 요청했다. 그러나 영국·독일·이탈리아 등 주요 유럽국들은 "미국이 시작한 전쟁"이라며 참여를 거부하거나 제한적인 협조에 그쳤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을 향한 공개 비판 수위를 높여왔다.

미군 재배치 카드까지 꺼냈다

미국은 이미 지난주 유럽 주둔 미군 재배치 카드를 꺼내 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냈다. 특히 미국이 필요할 때 완전한 기지 접근권과 영공 통과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이란 전쟁에서 드러난 유럽의 소극적인 협조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것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은 18일 벨기에 브뤼셀 NATO 본부에서 열린 국방장관회의에서 유럽 주둔 미군에 대한 6개월간의 전면 재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은 형식적인 검토가 아니라 진짜(real) 검토"라며 "유럽이 유럽 방위의 주된 책임을 얼마나 빠르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떠맡고 있는지를 평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국가는 낙제할 것이고 어떤 국가는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할 것"이라며 "평가 결과에 따라 미국의 향후 군사 태세도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전쟁을 계기로 유럽의 군사적 기여와 대미 협력 수준을 전면 재평가하기 시작하면서, 80년 가까이 유지돼 온 대서양 동맹도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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