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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의 뇌가 지치면 조직의 성과도 멈춘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 (20)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팀장의 뇌가 지치면 조직의 성과도 멈춘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 (20)

[파이낸셜뉴스] 강의장에서 만나는 팀장들에게 "요즘 일하기 어떠세요?"라고 물으면 대답이 비슷하다. "팀원들 힘든 건 알겠는데, 솔직히 저희도 너무 힘듭니다." 한때 팀장은 조직의 허리라 불렸다. 위에서 내려온 전략을 현장의 언어로 바꾸고, 구성원의 성과를 끌어올리고, 분위기를 다잡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팀장은 허리라기보다 압력의 한가운데 끼인 사람에 가깝다. 위에서는 더 빠른 성과를 요구하고, 아래에서는 더 섬세한 소통을 요구한다. 회사는 AI 전환을 말하고, 구성원은 일의 의미를 묻는다. 세대는 달라졌고, 일하는 방식은 흔들리고, 결정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문제는 조직이 여전히 팀장을 '알아서 버티는 사람'으로 본다는 데 있다. 알아서 조율하고, 알아서 설득하고, 알아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니 팀장이 힘들다고 말하면 리더십이 모자란 듯 보이고, 지쳤다고 말하면 책임감이 약한 듯 비친다. 그래서 많은 팀장이 힘들어도 힘들다 못 한다. 구성원 앞에선 괜찮은 척, 임원 앞에선 해내겠다는 말. 그렇게 조직의 한가운데서 가장 오래 버티는 사람이 가장 먼저 닳아간다. 팀장의 피로는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다. 조직 성과의 경고등이다.

가장 많이 버티는 사람이 가장 먼저 무너진다

팀장이 힘든 건 단순히 일이 많아서가 아니다. 그 피로의 정체는 대부분 판단과 감정의 피로다. 성과가 막히면 원인을 캐야 하고, 구성원이 흔들리면 들어줘야 하고, 갈등이 생기면 중재해야 하고, 회사 결정이 못마땅해도 팀원에겐 설명해내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관리자에서 상담자로, 조정자에서 방패막이로 역할을 갈아탄다.

이건 팀장 개인의 엄살이 아니라 데이터로 확인되는 구조적 현상이다. 최근 여러 조사에서 중간관리자의 번아웃 비율이 일반 구성원이나 임원보다 높게 나타난다. 한 미국 조사에서는 중간관리자의 번아웃이 전 직군을 통틀어 가장 높았다. 이유는 분명하다. 팀장에게 거는 기대는 갈수록 커지는데 손에 쥔 권한은 그만큼 늘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더십 조사에서도 관리직을 맡은 뒤 스트레스가 크게 늘었다고 답한 비율이 압도적이었다. 게다가 한 팀장이 챙겨야 하는 구성원 수도 불어났다. 5년 전 팀장 한 명이 서너 명을 보던 것이 이제는 그 두 배에 가깝다. 같은 사람에게 더 넓은 책임을 지우면서, 정작 그 책임을 감당할 권한과 시간은 그대로 둔 것이다.

사람의 뇌는 이 상태를 오래 견디지 못한다. 불확실성이 높고 통제감이 낮을수록 더 빨리 지치는데, 팀장의 자리가 정확히 그렇다. "빨리 결정하라"는 요구는 받지만 쓸 자원은 부족하고, "팀원을 동기부여하라"는 말은 듣지만 보상에 미칠 영향력은 얄팍하고, "변화를 이끌라"는 주문은 받지만 그 변화의 이유는 충분히 공유받지 못한다. 책임은 무거운데 권한은 가볍다. 이 어긋남이 반복되면 팀장의 뇌는 늘 경계 모드에 갇힌다. 그러면 질문은 짧아지고, 피드백은 거칠어지고, 회의는 대화보다 통제에 가까워진다. 팀장이 나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지친 뇌가 섬세하게 듣고 넓게 생각할 여유를 잃었기 때문이다.

이 피로는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구성원은 회사 전체가 아니라 자기 직속 팀장을 통해 조직을 경험한다. 회사가 아무리 멋진 비전을 외쳐도, 팀장이 지쳐 있으면 그 비전은 현장에 닿지 못한다. 회사가 혁신을 말해도, 팀장이 방어적으로 변하면 구성원은 도전 대신 눈치를 고른다. 그래서 팀장의 소진은 개인의 번아웃이 아니라 조직의 성과 리스크다. 팀장이 무너지면 성과 대화가 멈추고, 대화가 멈추면 문제는 늦게 드러나며, 늦게 발견하는 조직은 결국 더 비싼 값을 치른다.

팀장의 뇌가 지치면 조직의 성과도 멈춘다 [김문경의 리더십테크] (20)

팀장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것이 성과관리다

그러니 이제 기업은 팀장에게 "더 강해져라"라고 주문할 게 아니라, 팀장이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조건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출발점은 팀장의 역할을 현실적으로 다시 짜는 일이다. 팀장은 모든 문제를 떠안는 해결사가 아니다. 그의 핵심은 성과가 만들어지는 방향과 조건을 정렬하는 데 있다. 목표를 또렷이 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구성원이 막힌 지점을 꺼내 놓게 하고, 필요한 자원을 잇는 사람. 팀장에게 필요한 건 더 많은 책임이 아니라 더 명확한 권한이다.

여기에 두 가지가 더해져야 한다. 하나는 학습이다. 많은 조직이 우수한 실무자를 팀장으로 올리고는 정작 훈련은 주지 않는다. 그러나 실무를 잘하는 것과 사람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다. 목표를 세우고, 피드백을 주고, 갈등을 다루는 법은 직책과 함께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훈련받지 못한 팀장에게 성과와 사람을 한꺼번에 맡기는 것은, 조직이 가장 중요한 자산을 운에 거는 일이다. 다른 하나는 시간이다. 보고서와 회의와 자료 취합에 시간을 다 빼앗긴 팀장에게 "사람을 관리하라"는 말은 모순이다. 사람을 만날 시간부터 돌려줘야 한다. 반복 업무는 시스템에 덜어내고, 그 자리를 성과 대화로 채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팀장에게도 '말해도 되는' 안전감이 필요하다.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만의 몫이 아니다. 목표가 비현실적이면 비현실적이라고, 자원이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위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위로 말하지 못하는 팀장은 아래로도 건강하게 듣지 못한다. 눌린 리더는 결국 누르는 리더가 되기 쉽다.

이제는 질문을 바꿀 때가 왔다. "우리 팀장들은 왜 더 강하지 못할까?"가 아니라, "우리 조직은 팀장이 성과를 만들도록 어떤 조건을 주고 있나?"를 물어야 한다. AI가 아무리 빨라져도 조직의 성과는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빚어지고, 그 사이를 가장 많이 잇는 존재가 팀장이다. 팀장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일은 복지가 아니라 성과관리의 핵심이다. 팀장이 생각할 수 있어야 조직도 판단하고, 팀장이 살아 있어야 팀도 살아난다. 팀장의 뇌가 지치면, 조직의 성과도 멈춘다.

/ 김문경(국민대학교 겸임교수, 대한리더십학회 부회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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