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경추성 두통, 근육·뼈 문제만은 아냐… 직장인은 스트레스도 원인"[Weekend 헬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도훈 경희유일한의원 원장
대부분 목근육 굳으며 신경 압박해 발생
추나·침으로 치료하면 통증 줄어들지만
재발한다면 내과적 문제 연결됐다는 뜻
농촌에 두통 달고사는 어르신 살펴보면
식사 제대로 않고 힘든일 하는 경우 많아
수면·영양섭취 등 평소습관 점검해봐야

이도훈 경희유일한의원 원장 사진=박범준 기자
이도훈 경희유일한의원 원장 사진=박범준 기자

"경추성 두통은 단순히 근육이나 뼈의 문제로 볼 게 아니라 전인적(全人的) 관점에서 살펴봐야 합니다."

이도훈 원장이 근무하고 있는 경희유일한의원은 강남에 위치해 있어 주로 직장인 환자가 많이 찾는다. 이들 상당수가 만성 두통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T·MRI 등 영상 검사에서는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굳어진 목 근육이 신경을 압박해 발생하는 '경추성 두통'인 경우가 많다는 게 이 원장의 분석이다.

이 원장은 9일 "경추성 두통을 추나, 침, 약침 등 다양한 치료법으로 목의 부담을 직접적으로 해소하면 당장 통증이 줄어든다"며 "하지만 치료 후에도 재발을 반복한다면 내과적인 문제가 동반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직장인들이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업무 환경은 목에 상당한 부하를 준다. 여기에 일자목·거북목 등 체형 변화가 더해지면 두개골 하단과 상부 경추 사이 근육이 단축된 상태로 굳어버린다.

이렇게 굳은 목 근육은 크게 두 가지 양상의 두통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는 뒤통수부터 정수리까지 찌릿하게 당기는 두통이다. 목 뒤 작은 후두하근들 사이로 대후두신경이 지나가는데, 이 근육이 뭉치면 신경을 물리적으로 압박해 통증이 발생한다. 둘째는 뒷목 움푹 들어간 곳부터 관자놀이, 눈까지 조이는 두통이다. 뒷목을 지탱하는 두판상근이 심하게 뭉쳐 단단한 결절이 생기면 목 근육의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안면과 눈 감각을 담당하는 삼차신경 신호와 얽히는 '신경 합선' 현상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통증의 원인은 목에 있지만, 뇌는 눈과 관자놀이가 아프다고 착각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신경의 주행 경로가 한의학 경락 이론과 유사성을 보인다는 것이다. 대후두신경의 병목 지점은 전통적으로 목의 긴장을 푸는 '천주(天柱)'혈 위치와 일치하고, 두판상근의 결절 부위는 두통과 안면 증상을 다스리는 '풍지(風池)'혈과 겹친다. 이 원장은 "현대 의학의 근육학적·신경학적 접근이 전통 경락의 흐름 및 경혈 위치와 임상적으로 궤를 같이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근육만 풀어선 안 되는 이유

하지만 근육이나 신경 쪽만 치료한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라는 게 이 원장의 경험이다.

그는 공중보건의 시절 전남 담양군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주치의로 근무하며, 침으로 낫던 환자들이 재발하는 사례를 다수 접했다.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 어르신 댁에 직접 찾아가 보면, 입맛이 없다는 이유로 반찬도 없이 물이나 국에 대충 밥을 말아 먹는 경우가 많았다. 육체노동을 하려면 단백질이 필요한데 영양섭취를 하지 않고 농사철만 되면 온종일 밭에 나가 일을 한 것이다.

이 원장은 "어르신들을 보며, 진료실 안에서 환자의 굳어진 근육과 관절만 들여다보는 것은 단편적인 시각이며 치료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환자가 평소 무엇을 먹는지, 소화는 잘 시키는지, 어떤 자세로 무슨 일을 하고 잠은 잘 자는지 등 환자라는 '인간 자체의 삶'에 초점을 맞춰야 비로소 질병의 전체가 보이고 환자를 낫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이켰다.

■재발의 열쇠는 위장에 있었다

이런 관점에서 두통을 보면, 담양 어르신들이 과도한 육체노동에 시달렸다면 강남 직장인들은 불규칙한 식사와 극심한 정신노동,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는 유사점이 있다.

한의학 관점에서 보면, 불규칙한 식습관과 스트레스로 위장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에 노폐물인 '담(痰)'이 쌓이고, 이것이 순환장애를 일으켜 머리로 가는 기혈 순환을 막으면서 경추부 근육이 급격히 굳어 두통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렇게 위장장애와 순환장애에서 시작된 경추성 두통을 '담궐두통(痰厥頭痛)'이라고 한다.

동의보감과 비위론 등에 기록된 담궐두통의 대표 증상으로는 △평소 소화기가 약하고 자주 체하거나 더부룩함 △머리가 터질 것처럼 아픔 △몸이 산처럼 몹시 무겁고 처짐 △손발이 차가워지는 수족냉증 동반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으며 어지러워 눈을 뜨기 힘듦 △심하면 햇빛을 볼 때 과도하게 눈이 부시거나 구름 위를 걷는 듯 몸이 붕 뜨는 듯한 느낌 등이 꼽힌다.

이 원장에 따르면, 실제로 경추성 두통 환자에게 이 같은 증상을 문진하면 본인의 증상과 같다며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직장인 여성에게 흔하게 관찰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위장의 담을 제거하고 순환을 개선하는 반하백출천마탕 등 처방에 개인 체질에 맞는 약재를 가감한 한약 치료가 근본 치료법이다. 방치할 경우 기와 혈이 고갈되는 '기혈양허(氣血兩虛)' 상태로 이어질 수 있어, 이 경우 팔물탕을 기반으로 한 처방이 병행돼야 한다. 증상이 만성화되기 전 단계라면 중완(中脘)·풍륭(豊隆)·족삼리(足三里) 등 핵심 혈자리 침 치료로 시작할 수 있다. 또 환자에 맞게 식습관 교정을 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이 원장은 "경추성 두통의 경우 진통제로 통증 신호만 억누르기보다 환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야 한다"며 "소화기 상태와 근골격계 불균형을 동시에 바로잡는 전인적 치료가 만성 두통을 극복하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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