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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고정' 요구하는 韓노조… 글로벌 기준서도 이례적 [미래보다 '오늘' 급급한 韓]

김준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글로벌 기업들의 보상체계
美 빅테크, 경영진·이사회가 설계
유럽, 전 직원 최대한 균등배분
日, 기본급 조율에서 성과주의로
TSMC, 성과급 유연하게 결정

'성과급 고정' 요구하는 韓노조… 글로벌 기준서도 이례적 [미래보다 '오늘' 급급한 韓]

올해 성과급 지급 방식과 규모를 둘러싸고 대규모 총파업 직전까지 갔던 대기업 노사 갈등을 계기로 한국 기업의 노사관계도 중대한 분기점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연간 성과급 산정률을 사실상 고정·정례화하려는 요구는 글로벌 기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보상체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미국 빅테크 방식, 강한 연대를 바탕으로 산별교섭과 이익공유제에 익숙한 유럽 방식, 춘투 노사협의를 통해 기본급과 보너스 수준을 조율하는 일본 방식, 초과이익 공유의 하한선을 두되 매년 이사회가 재원을 검토하는 대만 TSMC 방식 등과도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美 '톱다운·개인성과' 중심 보상

22일 업계와 관계당국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협상을 계기로 올 하반기 대기업 중심의 성과급 지급 여부와 방식, 규모가 노사 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번 갈등을 계기로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주요국의 노사관계 현안, 교섭 방식, 노사관계 관련 법·제도에 대한 관심도 이전보다 높아졌다.

우리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미국 빅테크 방식은 전형적으로 '톱다운·개인성과' 중심의 보상체계에 가깝다. 임금 수준과 성과급 지급 여부가 노사협상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한국과는 거리가 크다.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 애플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대체로 경영진과 이사회가 보상체계를 설계하고 집행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경영진이 회사 전체, 사업부, 개인의 목표를 각각 제시하고, 사업부와 개인의 실적을 회사 성과와 연동해 보상을 차등 지급하는 구조다.

■유럽, 이익공유·연대 함께 강조

노조와 연대의 전통이 강한 유럽 제조업은 장기 인센티브와 초과이익 배분을 비교적 일찍 논의·실천해 온 분야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초과이익 공유제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제조업이 강한 독일에서는 폭스바겐, 지멘스 등의 기업들이 장기 인센티브와 이익 공유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도 토탈에너지, 에어버스 등 상당수 기업이 이익배분, 자사주 매입 기회 제공 등을 활용하고 있다. 유럽 기업들은 단기 성과급만이 아니라 장기 기업가치와 고용안정 등을 함께 고려해 노사협상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단기 성과급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체 구성원 간 연대를 강조해 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럽은 국가별 편차가 크지만 북유럽과 일부 서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노조 조직률과 단체교섭 전통이 강한 편이다. 초과이익을 공유하더라도 전 직원에게 최대한 균등한 배분을 요구하는 등 노동계가 연대를 강조한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日, 성과주의 전환 가속

매년 상반기 춘투를 통해 임금협상이 진행돼 온 일본에서는 2020년대 들어 기본급 인상 중심의 협상이 많아졌다.

노동력 부족, 생활비 상승 압박, 장기간 정체됐던 임금 상승률 등의 상황이 맞물리면서 많은 일본 기업들이 지난 2023년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아울러 2020년대 초·중반을 기점으로 많은 일본 대기업들은 임금체계와 보상체계를 대폭 개편하는 체질 개선을 병행하고 있다. 30년간 경직돼 온 고용 시스템으로 인해 생산성이 저하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조치다.

■TSMC, 하한 설정하고 이사회 검토

국내 반도체 업계의 최대 글로벌 경쟁사로 꼽히는 TSMC 사례도 국내 기업과 자주 비교된다. TSMC는 1987년 창립 이후 사실상 무노조 경영 기조를 유지해 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경영진이 주도적으로 보상구조를 설계하면서도 직원 보상을 회사 이익과 강하게 연동한 구조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TSMC도 국내 반도체 업계 노조가 요구해 온 회사 이익배분 구조를 오래전부터 유지해 왔다. 다만 국내 노동계 요구와 다른 점은 공유 비중을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준을 두고 매년 이사회가 공유분 총액을 검토한다는 점이다.

■성과급 제도화까지 나온 韓

이 같은 글로벌 기업 사례를 보더라도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 일부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제도화는 이례적인 사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성과급 제도화에 더해 업종별 연대보다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이익 요구가 부각되면서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윤동열 건국대 교수는 "호황 이후 언젠가 다가올 불황과 같은 상황에서 노사가 올해 의제들을 향후 어떻게 다뤄야 할 것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협력적 노사관계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최근 한국의 주요 기업 노조들이 지나치게 높은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며 "고임금 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무리한 요구는 노사관계 악화뿐 아니라 기업의 성장동력을 저해하고 임금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은 일단 개별 기업의 성과급 협상에서 출발했지만 그 파장은 국내 대기업 전반의 보상체계와 노사관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이 매년 반복되는 구조로 굳어질 경우 기업의 투자·고용 전략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올해 협상이 마무리되더라도 성과급 산정 기준과 이익공유 방식, 주식 보상 활용 여부, 원·하청 및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 문제는 향후 노사관계의 핵심 쟁점으로 남을 전망이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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