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관계 회복이냐, 물가 잡기냐… 딜레마에 빠진 李정부 [최저임금 인상폭 논란 (중)]
최저임금 인상폭 논란 중
최임위, 23일부터 심의 돌입
정부, 적정임금 국정과제 추진속
실물경제 안정 사이 속내 '복잡'
일각 "文정부 급격한 인상으로
고용 위축 부작용 불러 경계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째 최저임금 인상폭 협상을 앞두고 물가상승 자극이라는 실물경제 셈법과 양극화 해소라는 국정기조가 본격적으로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년간 소폭 인상에 더해 올해 성과급·부동산·코스피 등 자산 과열 양상이 노동계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는 가운데 최근 물가방어를 시급 현안 과제로 언급한 정부의 고심도 깊어질 전망이다. 청년층 중심의 고용 위축 기조가 고착화하는 가운데 양극단에 선 경영계와 노동계 사이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상론 불붙인 성과급·코스피·부동산
22일 정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23일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에 대한 심의에 본격적으로 돌입한다. 앞선 회의까진 노사가 각각 주장한 도급제근로자 적용, 업종별 구분 적용 심의를 마쳤다. 최임위는 양 사안 모두 내년도 최저임금에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노동계는 이미 1만2000원이라는 대폭 인상안을 제시했고 경영계는 동결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나머지 공익위원들의 판단에 따라 내년 최저임금 수준 향방이 갈릴 것으로 점쳐진다.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직전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 후반부, 윤석열 정부, 이재명 정부 1년 차까지 약 7년간 매년 1.5~5.1%의 소폭 인상을 결정한 점을 노동계는 주요 근거로 내밀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9% 인상된 1만320원이다.
여기에 더해 올해 촉발된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수억원대 성과급 논란과 코스피·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 양상이 노동계의 인상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1만2000원 요구안 기자회견에서 "최근 대기업들의 잇따른 노동자 성과급 논란은 '같은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존재하는 양극화된 노동시장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며 "주식과 자산 가격이 급등하고, 노동으로 번 소득보다 투자 수익에 더 큰 관심이 쏠리는 분위기 속에서 노동의 가치는 점점 평가절하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청년 노동자들이 노동을 통해서 자기 삶을 영위하고, 퇴직연금 등을 통해서 자신의 노후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라며 "가계대출·마이너스통장과 같은 빚투가 과연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방향인가는 짚어볼 대목"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격차해소-물가방어 기조 충돌
최저임금을 바라보는 정부의 속내도 복잡하다. 최저임금은 주로 비정규직에게 체감되는 지표로 활용되는 동시에 자영업자·소상공인 등 실물경제 물가상승 압박 요인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노동 분야 국정과제로 적정·공정임금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동시에 최근 물가방어가 정부의 최우선 해결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최저임금 심의에도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첫째도 물가, 둘째도 물가"라면서 "청와대와 정부 모두 물가 안정과 민생 회복에 사활을 거는 각오로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노정관계 회복을 추진하는 정부 입장에서 노동계의 대폭 인상안을 어떻게 중재할지가 고심거리로 떠오르는 지점이다. 2000년대 이후 역대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추이를 보면 주로 정권별(3~5년 기준)로 1000원대 안팎에서 인상되는 추이를 보였다. 5년간 2690원의 인상폭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한 문재인 정부만이 예외적이다.
일각에선 소득주도 성장을 목적으로 5년간 임기 초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한 문재인 정부의 전례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이론적으론 당연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이 실제 얼마만큼 물가 상승에 영향을 줄지에 대해선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최저임금의 부작용은 이미 2018년 문재인 정권에서 경험했다. 지나치게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것이 과연 청년·자영업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한 번 되물어봐야 한다"고 짚었다.
jhyuk@fnnews.com 김준혁 김현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