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겉도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파이낸셜뉴스
김현철 중기벤처부 기자
김현철 중기벤처부 기자

"기자님 월급도 기자님이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 결정하면 이상하지 않겠어요?"

취재현장에서 만난 20대 아르바이트생이 이같이 물었다. 이 청년은 "매년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과정을 뉴스로 보고 있는데 결정방식이 기이하다"고 했다. 노동계 대표로 최저임금 협상 테이블 전면에 나서는 양대노총이 과연 청년의 대표성을 갖고 있느냐는 반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이 투표로 결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서 일단 최대한 높은 금액을 부른다. 반면 인건비를 줄여야 영업이익이 남는 경영계는 동결 또는 삭감을 제안하고, 이 간격을 좁히는 '흥정식' 논의가 매년 되풀이된다. 노동계는 물가상승률과 저임금 근로자의 생활안정, 경영계는 경영악화로 인한 폐업 증가 등 각자 주장하는 논리도 역시 매년 비슷하다. 심의 기간 내내 서로의 주장만 펼치다 결국 끝을 내야 하는 정부 고시 시한이 임박하면 서둘러 마칠 준비를 한다.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면 표결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식이다. 사실상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기이한 구조다.

노사의 차선책으로 등장하는 공익위원 안은 늘 논란을 일으킨다. 현재 공익위원들이 제시하는 인상률이 정해진 기준 없이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이다. 정부 성향에 휩쓸린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몇년 전 '최저임금이 정말 정부 성향에 따라 결정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 고위 공무원이 "문재인 정부 때는 어떻게 최저임금이 한 해에 16.4%나 올랐을까요"라고 반문한 것이 이해가 된다.

이에 정부가 공익위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뒷짐만 지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해 최저임금 제도개선 연구회가 대안을 내놓았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연구회 출범부터 노동계가 빠져 있어 개선안에 효과가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개선안이 나오자 예상대로 노동계는 반발했다. 학자들의 견해만이 아니라 노사도 참여해야 제도 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정부가 무리하게 강행한 결과다. 수개월간의 논의는 세금만 낭비한 꼴이 됐다.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라는 이유로 올해 또 개편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매번 노동계의 반발 속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이 발목을 잡히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계 출신인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중재를 기대해보는 건 욕심일까.

honestly82@fnnews.com


기자 정보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