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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투자 확대에 반도체 장기계약 잇달아… 호황 길어질것" [반도체 슈퍼사이클 (중)]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AI 시대 전략 자원 된 반도체
메모리 수요 느는데 공급 부족
반도체 업계 이익 안정성 개선
산업 구조적 성장세 이어갈 것
슈퍼사이클 아직 초·중반 단계
글로벌 금리상승·中 추격은 변수

"AI 투자 확대에 반도체 장기계약 잇달아… 호황 길어질것" [반도체 슈퍼사이클 (중)]
"AI 투자 확대에 반도체 장기계약 잇달아… 호황 길어질것" [반도체 슈퍼사이클 (중)]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과거보다 훨씬 길고 강하게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와 달리 메모리 반도체가 전략 자원으로 자리 잡았고, 장기 계약까지 확산되면서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글로벌 금리 급등,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은 업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리스크로 꼽혔다.

■AI가 새 성장국면 만들었다

23일 파이낸셜뉴스가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 5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반도체 산업이 여전히 상승 사이클 초·중반에 위치해 있다는 답변이 우세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에이전트 AI, 피지컬 AI로 산업이 확장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는 업사이클 초·중반 부근에 위치해 있다"며 "AI 확산으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공급의 성격이 변화했고, 극단적인 수급 괴리가 이끌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이 이익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산업은 단순 학습 중심의 단계를 넘어 추론 및 에이전트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며 "AI 성능 개선에는 메모리 사용량 증가가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만큼 AI 산업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산업도 구조적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중기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도 "반도체 업황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급증 국면을 지나고 있다"며 "수출과 실적 모두 역사적 고점을 경신하는 본격적인 확장 사이클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장기계약이 만든 슈퍼사이클

센터장들은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과거 2017~2018년 메모리 호황기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AI가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데다 장기 공급 계약이 활발해지면서 이익 안정성까지 확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산업을 이제 시작되는 시장으로 인식하면서 중장기적인 메모리 공급 안정성 확보를 위해 3~5년 장기공급계약 체결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메모리 가격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이고, 반도체 상승 사이클의 지속성을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요 증가 속도가 훨씬 빠르고 메모리가 전략자원화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차이"라며 "과거와 달리 장기공급계약이 맺어지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이익 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측면에서도 과거와 다른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인 증설 경쟁을 벌였다면, 지금은 수익성과 현금흐름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조 센터장은 "과거 사이클은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의 점유율 확대 정책으로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졌지만 이번 사이클은 보수적인 자본지출 집행과 현금 보유를 우선시하고 있다"며 "보수적인 증설로 공급량이 점진적으로 늘어나면서 부족 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I 침투율 아직 초기 단계

AI 투자 사이클의 지속 기간에 대해서도 대체로 낙관론이 우세했다. AI 활용도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고 공급 부족 역시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양 센터장은 "매크로 리스크가 없다면 AI 투자 상향은 지속적으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무 안정화보다는 생존을 위한 경쟁적 투자 상향이 강조되는 환경인 만큼 기업들의 AI 경쟁력에 대한 포모(FOMO·소외공포)는 계속 확대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수요는 빠르게 팽창하는 반면 공급은 2026~2027년 구간에 강제적으로 제한돼 수급 괴리가 불가피해 메모리 반도체의 급격한 가격 상승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박 센터장은 AI 산업의 침투율 자체가 아직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AI가 적용된 전체 지식노동 비중은 아직 한 자릿수 수준"이라며 "과거 모바일 혁명과 같은 기반 기술혁명의 경우에도 침투율이 20~30% 수준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수요 성장 속도가 시장 기대를 상회했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도 "AI 투자 사이클은 단순 기대가 아니라 수출과 설비투자, 생산 증가로 이어지는 실물 확장 국면에 진입해 있어 중단되기보다는 지속 가능성이 높은 구조"라며 "최소 하반기까지는 확장 국면이 유지되고, 이후에도 투자 사이클 종료보다는 완만한 둔화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변수는 중국 추격·금리 급등

다만 낙관론 속에서도 경계해야 할 위험요인은 존재한다. 센터장들은 AI 투자 둔화 가능성과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 글로벌 금리 상승 등을 주요 변수로 꼽았다. 조 센터장은 "AI 투자가 가시적인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들이 보수적인 자본지출 기조로 돌아설 경우 AI 산업의 성장성이 부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추격도 공통적으로 언급된 위험요인이다. 양 센터장은 "중국도 현재 호황의 수혜를 누리고 있으며 막대한 정부 보조금과 강력한 자급화 의지 속에서 성장하고 있다"며 "차별화된 기술 개발을 통한 시장 선도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거시 변수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단기간에 급격히 오른 만큼 경기지표 악화와 금리 인상과 같은 신호가 지속될 경우 반도체주 및 증시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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