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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등 반도체 폭락…메모리 공급 과잉 우려 재점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파이낸셜뉴스]

마이크론을 비롯한 반도체 종목들이 23일(현지시간) 일제히 폭락하며 뉴욕 증시의 기술주들을 끌어내렸다. 로이터 연합
마이크론을 비롯한 반도체 종목들이 23일(현지시간) 일제히 폭락하며 뉴욕 증시의 기술주들을 끌어내렸다. 로이터 연합

뉴욕 증시의 반도체 종목들이 23일(현지시간) 일제히 폭락했다.

메모리 대표 주자 마이크론이 13% 넘게 폭락했고, 대장주 엔비디아는 4% 넘게 급락하는 등 반도체 종목 전반이 폭락세를 기록했다.

한국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12%대 동반 폭락한 것이 반도체 '패닉 셀'을 촉발했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반도체 ETF(SOXX) 역시 7.9% 폭락했다.

이날 뉴욕 반도체 종목 폭락의 진원지인 마이크론은 장 마감 뒤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불안감이 높아지며 투매를 불렀다.

금융 분석 전문 기관 트레피스는 마이크론 주가가 지난 12개월 동안 9배 가까이 폭등하며 시가총액이 1조2000억달러를 넘어섰다면서 40년 역사상 1년 주가 상승률로는 최대를 기록한 터라 투자자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대적으로 낮은 PER, 고점일 수도

마이크론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이다.

주당순이익(EPS)은 올해 약 7배 증가한 61달러를 기록할 전망이고, 내년에는 118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년 EPS 전망치를 기준으로 한 선행 주가수익배율(PER)은 9.6배 수준으로 매우 낮다. 20배가 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선행 PER의 절반 수준이다.

트레피스는 그러나 메모리가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경기순환(사이클)을 많이 타는 분야라 이렇게 낮은 PER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공급이 빠듯하고 가격이 높을 때에는 수익성이 탄탄하지만 이런 정점이 꺾이면 대규모 적자를 내는 산업이 바로 메모리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이미 빠듯한 수요 속에 업계의 신규 투자가 대폭 확대된 터라,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시작하면 공급 가격과 마진이 압박을 받게 된다. 이는 지금의 PER이 지속 가능한 수준이 아닌 고점에만 적용되는 PER일 수 있음을 뜻한다.

시장 붕괴, 주가 반 토막 반복

메모리 산업은 이런 이유로 이미 수차례 심각한 붕괴를 경험한 바 있다.

특히 경제학 이론의 '거미집 이론'처럼 높은 수요를 맞추기 위해 공급을 늘리고 나면 정작 시장 수요가 확대된 공급에 미치지 못하면서 붕괴되는 경우가 잦았다.

새로운 생산라인(팹) 건설에는 수백억달러의 비용이 들고, 공사 기간도 2~3년에 이른다. 팹이 완공되면 반도체 업체는 가격과 상관없이 공장을 풀가동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다.

그러나 이미 시장은 급속히 냉각된 상태가 되는 경우가 잦다.

PC 수요 확대를 앞두고 팹을 증설한 마이크론은 2014~2016년 기대했던 수요가 없자 주가가 70% 폭락했다.

또 2018~2019년에는 클라우드 업체(하이퍼스케일러)들이 대규모 주문을 했다가 실제 구매를 축소하면서 재고가 급증했다. D램 가격은 40%, 낸드 가격은 60% 폭락했고, 마이크론 주가는 고점 대비 57% 폭락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급속한 수요가 증발된 2022~2023년, 메모리 재고는 31주치에 이르렀고, 마이크론은 사상 최대 규모인 23억1000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에도 주가는 반 토막이 났다.

2027~2028년 공급 과잉 우려

마이크론은 2026 회계연도 설비 투자를 250억달러 넘게, SK하이닉스는 약 270억달러, 삼성전자 역시 공격적인 투자 확대 방침을 세우고 있다.

연간 신규 설비에 메모리 3사가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750억달러가 넘는다.

설비 확대에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메모리 공급 과잉이 우려되는 시점은 2027~2028년이다.

무엇보다 메모리 업체들은 투자 계획에서 발을 빼기도 어렵게 됐다. 웨이퍼 팹 설비 지출이 올해 약 1450억달러, 내년 1560억달러로 설정됐기 때문이다. 웨이퍼 팹 설비는 투자 결정 뒤 설비 가동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번 주문을 하면 취소가 쉽지 않다.

메모리 업계가 설비 확장 계획에서 그치지 않고 이미 이 확장 계획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027~2028년 수요가 증가세가 둔화된다고 해도 공급은 급격히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AI 투자가 관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같은 하이퍼스케일러가 AI 투자를 지속한다면 우려가 누그러들 수는 있다. 그러나 올해에만 6000억달러 넘게 투자하기로 한 이들은 점점 압박을 받고 있어 내년 이후에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들의 수요가 줄어들면 메모리 산업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HBM 특수성, 이번에 다를까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는 낙관 전망이 높다.

AI 시대에 메모리 3사의 주력이 된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전통적인 메모리 시장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이란 낙관이다.

HBM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올 하반기 출하를 시작하는 엔비디아 루빈 GPU(그래픽처리장치)에는 HBM 288기가바이트(GB)가 들어가고, 내년에 출하되는 루빈 울트라에는 1테라바이트(TB) 규모의 HBM이 장착된다.

과거 엔비디아 GPU에는 HBM이 80GB 사용됐다. 약 3년 사이 GPU에 필요한 HBM이 12배 폭증한 것이다.

아울러 AI 흐름이 훈련에서 추론(인퍼런스)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도 메모리 최종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있다. AI 에이전트, 실시간 동영상 생성 등에는 대규모의 고속 메모리가 필요하다.

게다가 HBM은 과거 현물 시장 중심이던 메모리들과 달리 점점 다년간 계약을 통해 공급되고 있다. 과거 메모리 사이클을 급격히 하강시켰던 갑작스러운 주문 취소 가능성이 줄었다.

마이크론은 지난 3월, 규모와 가격 모두를 포괄하는 5년짜리 HBM 계약을 처음으로 성사시켰다.
이 때문에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메모리 사이클이 급격하게 요동치지 않을 것이란 낙관이 나온다.

그렇지만 문제는 HBM 수요 확장세가 메모리 업체들이 현재 짓고 있는 역대급 공장 물량을 다 삼켜버릴 정도로 강력한가이다.

마이크론의 선행 PER이 9.6배로 매우 저렴해 보이지만 내년에 메모리 3사의 증설 물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쏟아지면 지금의 낮은 PER이 착시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 트레피스의 경고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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