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평화 더 적극 말해야"… 제주포럼, 분열의 시대 협력 해법 묻다
외교부 공동주최로 국제 평화 플랫폼 위상 강화
전·현직 지도자·국제기구 인사 등 4500여명 참석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포용적 다자주의" 강조
인도 외교장관 "공급망 다변화·다자주의 개혁 필요"
26일까지 중동 평화·다자주의 등 68개 세션 진행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분열된 국제질서 속에서 협력의 방식을 다시 설계하려는 논의가 제주에서 본격화됐다.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불안, 기후위기, 인공지능(AI) 거버넌스가 동시에 얽힌 복합위기 시대에 제주포럼이 국가와 지방, 국제기구, 시민사회를 잇는 국제협력 플랫폼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25일 오전 해비치 호텔&리조트 제주에서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이 열렸다.
올해 제주포럼은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대주제로 2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다. 외교부와 제주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한다.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 전·현직 지도자, 고위 인사, 학계, 시민사회 전문가 등 4500여명이 참석해 국제질서 변화와 평화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이번 포럼은 외교부가 공동주최 기관으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포럼이 지역 단위 국제회의를 넘어 대한민국의 대표 평화·외교 플랫폼으로 확장되는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제주도 역시 '평화의 섬'이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국제협력 의제를 실질적 정책 논의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축사를 통해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세계가 직면한 도전들은 결코 한두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 해결 역량이 있는 국가들이 유연한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때 기존 국제질서의 공백을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평화 담론의 적극성도 주문했다. 그는 "서로 싸울 필요가 없는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제주포럼과 같은 계기를 통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을 선도하고,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 역할과 기여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개회사에서 제주포럼의 확장성을 강조했다. 오 지사는 "세계가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 제주는 협력의 시대를 열고, 세계가 갈등의 언어에 익숙해진다면 제주는 공존의 언어를 먼저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외교부와 처음 공동 개최하는 이번 포럼이 국가와 지방, 국제사회를 연결하는 대한민국 대표 평화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제기구와 주요국 정상급 인사들도 협력의 재구상 필요성을 제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축사에서 "협력의 재구상은 유엔 헌장 준수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것"이라며 오늘의 현실에 맞는 다자주의는 더 연결되고, 포용적이며, 대표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한국과 슬로베니아 같은 중견국의 역할을 언급했다. 그는 다자주의 수호, 소다자주의 참여, AI 등 신기술 거버넌스에서의 역할 확보를 통해 분절화되는 국제질서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핵심광물 등 전략 분야에서 소다자주의가 중견국의 국익과 국제협력을 함께 넓힐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도 제시했다.
개회식 기조연설은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이 맡았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분절화된 국제질서가 이제 구조적 현실로 자리 잡고 있다며 새로운 환경에 맞는 협력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제경제의 위험 분산과 공급망 다변화, 영향력 있는 국가 간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 국제법과 규범 수호, 글로벌 사우스 역량 강화, 다자주의 개혁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인도 협력의 중요성도 부각됐다. 자이샨카르 장관은 한국과 인도가 조선, 디지털, 보건, 인프라, 국방 분야에서 높은 상호보완성을 갖고 있다며 양국 협력이 글로벌 차원에서도 의미 있는 협력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올해 제주포럼은 68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세계 지도자 세션,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 지역 간 협력에 대한 현직 고위인사 세션, 분열의 시대 다자주의 재구상 세션, 새로운 지역·국제 질서에 대한 전직 외교장관 세션, 이란 전쟁 이후 중동 평화 구축의 미래 세션, 유라시아 협력을 위한 대륙 간 연결 세션 등이 이어진다.
제주포럼의 관전 포인트는 '협력'의 의미가 선언을 넘어 실행 과제로 옮겨갈 수 있느냐에 있다. 국제질서가 미·중 전략경쟁과 지역분쟁, 보호무역주의, 기후위기, 기술 패권 경쟁으로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 간 협상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제주포럼은 외교 당국과 국제기구, 지방정부, 기업,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논의하는 중간지대 외교의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도는 이번 포럼을 통해 제주가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국제협력 의제를 논의하는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외교부 공동주최를 계기로 국제정책 논의의 밀도를 높이고, 제주포럼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표 협력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jyb@fnnews.com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