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해도 너무 못했다" 홍명보호, 남아공에 0-1 완패… 예선 탈락 위기 [2026 월드컵]
비기기만 해도 32강행 확정이었으나 후반 18분 마세코에 결승골 헌납
손흥민 전반 벤치 대기 파격 전술 가동… 전반 유효슈팅 빈곤 속 고전
후반 조커 투입 등 총력전에도 득점 실패, 슈팅 수 8-13 무기력한 완패
1승 2패 조 3위로 예선 마감, 멕시코가 체코 꺾으며 최하위 탈락은 면해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며 32강 자력 진출에 실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를 지킬 수 있었던 유리한 고지를 스스로 걷어차며, 토너먼트 진출을 위해 타 조의 경기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봐야 하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5일 오전 10시 멕시코 누에보레온주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최종 3차전에서 남아공에 0-1로 석패했다. 이로써 한국은 1승 2패(승점 3)를 기록, 3전 전승의 멕시코(승점 9)와 1승 1무 1패의 남아공(승점 4)에 이어 조 3위로 주저앉았다. 같은 시각 멕시코가 체코를 3-0으로 꺾어준 덕분에 조 최하위 탈락은 간신히 면했지만, 12개 조 3위 팀 중 상위 8개 팀에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티켓을 기다려야 하는 초라한 처지가 됐다.
무승부에 안주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진 홍 감독은 이날 파격적인 선발 명단을 꺼내 들었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핵심 전력인 손흥민(LA FC)과 이재성(마인츠)을 과감히 벤치에 대기시키고, 지난 체코전 결승골의 주인공인 오현규(베식타스)를 최전방 원톱으로 기용했다. 좌우 측면에는 황희찬(울버햄튼)과 이강인(PSG)을 배치해 새로운 공격 삼각편대를 구축하며 전술적 변화를 꾀했다.
경기 초반의 주도권은 한국이 쥐었다. 전반 2분 이강인의 날카로운 코너킥을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쇄도하며 헤더로 연결했고, 전반 6분 이강인의 위협적인 왼발 슈팅이 잇달아 터져 나오며 기선을 제압하는 듯했다. 그러나 전반 중반을 넘어서며 수비 라인의 배후 공간을 노린 남아공의 거센 역습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반 29분에는 수비 진영에서 발생한 이기혁(강원)의 패스 실수로 연속적인 슈팅을 헌납했으나, 수문장 김승규(FC도쿄)의 동물적인 연속 선방에 힘입어 실점 위기를 넘겼다.
득점 없이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시작과 동시에 황희찬과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등을 빼고 손흥민, 김진규, 월드컵 데뷔전을 치르는 혼혈 귀화 선수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를 동시 투입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대회 처음으로 손흥민과 오현규의 투톱이 가동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하지만 득점의 환희는 상대의 몫이었다. 후반 18분 뼈아픈 선제 실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남아공의 빠른 역습 상황에서 체팡 모레미의 측면 크로스를 타펠로 마세코가 치명적인 왼발 슈팅으로 연결하며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일격을 당한 한국은 수비의 핵 김민재를 빼고 박진섭(저장)을, 이어 오현규 대신 조규성(미트윌란)을 연달아 투입하며 교체 카드 5장을 모두 소진하는 총력전에 나섰다.
실점 이후 1골을 지키기 위해 밀집 수비로 돌아선 남아공의 견고한 벽을 뚫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단조로운 공격 패턴이 반복됐고, 몬테레이의 고온다습한 폭염 속에 선수들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무뎌졌다. 전체 슈팅 수에서 8대 13으로 크게 밀렸으며, 후반 막판까지 이렇다 할 결정적인 유효슈팅조차 기록하지 못하는 답답한 흐름이 계속됐다. 후반 47분 옌스의 크로스가 박진섭의 머리에 닿지 않은 장면이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결국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반전을 만들지 못한 홍명보호는 쓸쓸히 그라운드를 떠났다. 아프리카팀을 상대로 2006년 독일 대회 토고전(2-1 승) 이후 20년째 승리를 거두지 못하는 징크스도 이어졌다. 당초 조 2위를 확정 지어 30만 교민이 거주하는 '제2의 안방' 로스앤젤레스(LA)로 향하려던 청사진은 산산조각이 났다. 사상 두 번째 원정 토너먼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는 이제 남은 조별리그 결과에 운명을 맡긴 채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게 됐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