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참교육'과 '감정코치 K'
요즘 넷플릭스에서 세계적 인기를 끄는 K-드라마 '참교육'에 대한 찬반 논의가 뜨겁다. 정의가 무너진 학교에 교권보호국 소속 주인공이 나타나 가해자에게 폭력과 공포를 그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되돌려주는 방식을 취한다. 그 결과 학교에는 즉각적인 평화와 질서가 찾아오고, 가해자는 혹독한 처벌을 받는다. 이 통쾌한 응징은 시청자에게 사이다처럼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위기의 학교에 해결사가 방문한다는 설정이 똑같은 작품이 이전에 하나 더 있었다. 2014년 필자가 감수한 만화 시리즈 '감정코치 K'다. 서울시와 서울애니메이션센터가 '우수한 한국 만화'로 선정한 작품의 설정은 '참교육'과 동일하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동원되는 해결 방법은 정반대다. 아이들의 문제 행동을 일종의 '살려달라는 처절한 비명'으로 인식한다. 비뚤어진 행동의 본질적인 이유를 찾아내어 내면에서부터 스스로 변화하게 돕는 방식이다. 다만 해결 과정이 '빨리빨리'를 원하는 우리에게 고구마처럼 답답해 보인다.
인공지능(AI)에 둘 중 무엇이 더 현실적 해결책인지 물어보니 "학교폭력이라는 거친 현실 앞에서 우리는 가끔 참교육식의 즉각적인 단죄에 열광하지만, 교육의 본질과 한 인간의 근본적인 삶의 변화를 고민할 때 '감정코치 K'가 정답이다"라고 한다. '참교육'이 만든 평화는 두려움에 의한 순종과 초법적 처리이며, 오히려 악순환의 불씨가 된다. 과거 체벌과 촌지로 얼룩진 교육을 경험한 세대가 오늘날 학교와 교사에 대한 신뢰를 잃고 대립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서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1만7000명을 대상으로 20년간 진행한 방대한 종단연구는 청소년과 성인의 행동 문제의 원흉으로 '아동기 부정적 체험'을 지목한다. 비록 학교에서 불거진 문제라 할지라도 생태계가 아니라 사건으로 접근하는 미봉책은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고립과 단절을 부추기는 AI 생태계일수록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법과 힘의 군림이 아닌 인간적 연결이다.
하지만 두 시리즈 사이에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동안 학교 현장은 너무 황폐해졌다. 우리보다 한 세대 먼저 교육 황폐화를 겪은 몇몇 외국에서는 별다른 논쟁 없이 이 드라마에 열광한다. 손쓸 타이밍을 놓쳐 학교의 자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했기에 외부의 힘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처참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다. 반면 한국에 치열한 찬반 논의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할 수 있는 희망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증거다. 속 시원한 판타지에 현혹되기엔 섣부르다. 아직은 어른들이 '싸다구'를 날리는 해결사가 아니라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감정코치가 되어주어야 할 때다.
그러나 교권보호국은 꼭 필요하다. 하지만 또 하나의 기구를 신설하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교육지원청, 교육청, 교육부, 국가교육위 자체가 교권보호국이 되어야 하겠다. 누군가를 학교 현장에 파견 보내는 게 아니라 교육당국 책임자들이 학교에 직접 가보고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사건 해결사 때문이 아니라 교육 자체가 모두에게 가치 있고 소중해서 학교에 가는 게 희망적이어야 하겠다.
조벽 고려대 석좌교수·HD행복연구소 공동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