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 "남아공전 떨어진 경기력 나도 당황... 팀 분위기 전혀 문제 없어" [2026 월드컵]
"남아공전 떨어진 경기력 나도 당황"
"러닝 데이터는 정상, 갑작스러운 덥고 습한 날씨 탓인 듯"
플랜B 부재엔 "갑작스러운 전술 변화 지양"
손흥민 향한 무한 신뢰... "항상 제 몫 해낸다"
"팀 분위기 문제 없어... 모든 것은 감독 책임"
[파이낸셜뉴스] 벼랑 끝에 몰린 채 남의 조 결과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
'몬테레이 참사'의 원인을 묻는 날 선 질문에 수장의 입에서는 막연한 추측과 지나간 경기에 대한 짙은 아쉬움이 흘러나왔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26일(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사포판에 위치한 치바스 바예 베르데 베이스캠프에서 조별리그를 결산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0-1로 충격패를 당하며 1승 2패(승점 3) 조 3위로 추락, 32강 자력 진출이 무산된 직후 마련된 자리였다.
이날 회견의 핵심은 단연 남아공전에서 보여준 최악의 경기력에 대한 원인 규명이었다. 취재진 사이에서 '식중독설'까지 돌 정도로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웠고, 무기력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는 "자체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멕시코전과 비교해 활동량은 약간 줄었지만, 고강도 러닝 수치는 오히려 높았다"며 체력적인 붕괴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저희도 왜 이런지에 대해서는 당황스러운 건 사실"이라며 "선수들의 심리 상태가 너무 잘하려고 하고 이겨서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강했던 것 같다. 정신적·심리적인 면에 날씨까지 더운 상태에서 하다 보니 잘 맞지 않았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오늘 선수들과 얘기도 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회 내내 발목을 잡고 있는 '경직된 전술'에 대한 해명도 아쉬움을 남겼다.
전날 적장인 휴고 브로스 남아공 감독마저 "한국은 우리가 분석하고 예상한 그대로 나왔다"며 홍명보호의 뻔한 스리백 전술을 비웃은 바 있다.
그럼에도 홍 감독은 "상대에 맞춰 변화를 줄 순 있지만, 여태껏 다져온 틀을 대회 도중 갑자기 바꾸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향후 32강에 기적적으로 합류하더라도 플랜B 가동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오히려 홍 감독의 머릿속에는 골키퍼 김승규의 치명적 실수로 0-1 패배를 안았던 2차전 멕시코전의 미련이 가득했다.
그는 "과달라하라 고지대 적응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회를 준비했다"며 "결과적으로 2차전에서 승점을 챙겼어야 했다. 거기서 꼬이는 바람에 3차전에 무리수를 둬야 했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맞이했다"며 거듭 탄식했다.
조별리그 3경기 내내 침묵하며 고개를 숙인 '캡틴' 손흥민(LA FC)에 대해서는 흔들림 없는 신뢰를 보냈다. 홍 감독은 "공격수는 득점 여부로 평가받기에 어려움이 따르지만, 손흥민은 그라운드 안에서 항상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고 있다"며 감쌌다.
남아공전 뒤 설영우(즈베즈다)는 악성 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을 시사해 팬들의 빈축을 샀다. 한쪽에서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경기에 불성실하게 임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낙 충격적인 패배였던 탓에 팀을 둘러싼 불협화음마저 들려오는 모양새다.
하지만 홍 감독은 "안팎으로 이렇게 뒤숭숭하지 않은 대회는 처음인 것 같다"면서 자신이 대표팀을 이끌고 나갔던 12년 전 브라질 월드컵 때보다는 훨씬 분위기가 낫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말미, 홍 감독은 비난의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라며 방패막이를 자처했다.
그는 "결과가 나쁘면 누구나 남 탓을 하기 마련이다. 선수들에게도 '절대 동료를 원망하지 말고 나를 탓하라'고 지시했다. 지난 멕시코전 김승규의 뼈아픈 실수 역시, 그런 위기 상황을 미리 대비시키지 못한 감독의 잘못"이라며 책임을 통감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